(왼쪽부터) 나미, 김지현, 니키타/이든엔터테인먼트제공
소녀들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 일색의 가요계에 평균나이 37.7세의 언니들이 등장했다. 제목마저 범상치 않은 '늙은 여우'를 들고 나타난 여성 3인조 언니들은 인터뷰 전 막연히 '센'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만나본 그들은 흔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하는 소탈한 옆집 언니들 같은 모습이었다. 룰라의 김지현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언니들은 분명 평범한 '걸그룹'과는 차이가 있다.
(왼쪽부터) 나미, 김지현, 니키타/이든엔터테인먼트제공
# "저희가 걸그룹은 아니죠"
룰라의 김지현, 월드컵 가수 미나의 동생 니키타, 제2의 씨야로 불렸던 블랙펄의 나미까지. 각자의 내공을 가진 세 사람이 모이게 된 이유에 대해 니키타는 "참 신기한 인연이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처음에 솔로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확실한 콘셉트가 필요했고 때마침 실력 있는 동생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니키타는 "언니(미나)따라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지현 언니와 알게 됐어요. 이후 언니가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전 그때 제 친구 나미에게 바로 연락을 했죠."
나미와 니키타는 15년 지기로 나미는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블랙펄 이후로 2년 넘게 가수가 아닌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어요. 노래를 부르는 일이지만 무대 위에 서는 것과 뒤에 있는 일은 다르니까요. 또 혹시나 같은 팀으로 활동하다 성미(니키타)와의 우정에 금이라도 갈까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니키타의 설득 끝에 세 사람은 언니들로 뭉쳤다. 니키타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김지현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룰라의 노래로 안무를 짜고 장기자랑 무대에 올랐어요. 근데 진짜 김지현이랑 무대에 선다니 정말 신기하죠."
#연상녀라면 누구나 공감
타이틀곡 '늙은 여우'는 신나는 복고 멜로디에 현실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이다. 김지현은 "노래에 맞춰 콘셉트도 복고풍이다. 의상도 옛날 1960~1970년대 펄시스터즈가 떠오르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룹명 역시 당시 활동하던 팀들 이름처럼 '김지현과 누구들' '무슨 시스터즈'로 지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지현이 녹음실에서 "그냥 언니들은 어때"라고 제안한 것이 바로 결정됐다.
'늙은 여우' 가사는 연하남을 사랑하는 나이 많은 여자의 마음을 담았다. 김지현은 "나이 때문에 상처받은 연상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고 나미는 "(연하남에 대한) 내 마음이 진심이어도 사람들은 나이 많은 여자의 순수한 마음을 색안경 끼고 본다"며 직설적인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수록곡 '강남누나' 역시 연상녀의 입장을 대변했다. 연하남에게 편한 누나로 다가서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연상녀의 심리를 '누나는 너의 신용카드, 종신보험' 등의 독특한 가사로 풀어낸 '강남누나'에 대해 니키타는 연하남과 잘 해보고 싶은 연상녀들의 노래방 애창곡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인의 마음 다시 시작
룰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김지현은 "작년에 '청춘 나이트' 콘서트를 통해 여전히 많은 팬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는 사실을 알고 감동받았다"며 "언니들 활동으로 다시 팬 분들을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 니키타·나미와 함께 신인의 자세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미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살 수 없단 걸 알았다. 언니들 활동을 열심히 또 재밌게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니키타는 "원래 활발한 성격인데 요즘 의욕이 넘치다 못해 과한 것 아니냐며 주변에서 농담 삼아 말씀해주신다. 하지만 중국에서 친언니와 활동하는 대신 지현 언니, 절친 나미랑 언니들 활동을 택한 만큼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