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대책위원회인 반올림측의 말바꾸기로 인해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인 반올림은 지난 9일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협상을 제안했으나 삼성전자측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며 협상에 나서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제3의 중재기구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았다. 이 중재기구의 제안에는 반올림의 이름도 명시돼 있었고, 이 때문에 반도체 백혈병 가족측 제안이라는 데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검토를 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돌연 반올림측이 입장을 변화시켜 혼란한 상황이다. 좀 더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 같은 반올림측의 상반된 입장 변화로 인해 삼성전자와 반도체 백혈병 유족간 협상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반올림측과 1년 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간 입장차로 인해 협상에 진척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삼성전자측은 반올림과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처음부터 유족들을 대표하는 만큼 위임장을 받아오라고 요구했으나 반올림측은 위임장과 관계없이 협상의 주체로 인정해달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반올림이 진정 유족측을 대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임장이 필요했다. 반올림측도 이를 수긍하고 위임장을 가져오겠다고 했다"며 "이후 협상 중간에 합의를 깨고 특정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을 흘려 마치 삼성이 갑자기 위임장을 요구한 것처럼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우리는 협상 대상자가 누군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돼 협상 진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상대측(반올림·제3의 중재기구·피해자 및 유족)이 정리를 해야 협상을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전자측은 이 모든 상황만 정리된다면 협상을 이어갈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도 지난 14일 "반도체 백혈병 가족측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그간 여러 채널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보상대책 보도자료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알린 적이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여성 근로자 황미유씨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며 불거졌고, 황씨 부친은 그해 6월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했고 이후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이어 올해 초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며 관심을 끌었고, 지난 9일 심상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업병 피해자 및 유족 구제를 위한 결의안 발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