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현빈의 제대 후 복귀작으로 높은 기대를 모은 영화 '역린'이 22일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왕의 서재인 존현각에 자객이 숨어든 역사적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파간의 치열한 다툼 속에 뒤주에 갖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이 영화에서 끊임없이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왕으로 그려진다.
현빈은 이 같은 성격의 정조를 때로는 예민하게 때로는 카리스마 있게 표현해 주연배우로서 극을 무리 없이 이끌어나간다.
외모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화면 곳곳에서 읽힌다. 볼 살을 쏙 빼 날렵해진 턱선과 의상 위로 드러나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면서 자신을 단련한 정조를 그대로 표현했다. 흰색 곤룡포를 입고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는 현빈의 모습은 꽤 매력적이다.
현빈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변신도 큰 볼거리다. 살수 역의 조정석, 살수를 길러내는 광백 역의 조재현, 궁의 최고 야심가 정순왕후 역의 한지민 모두 기존 이미지와 180도 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왕의 충직한 신하지만 큰 비밀을 안고 있는 상책 역의 정재영의 연기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도 스크린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폭우가 내리는 존현각에서 정조와 살수가 칼 대결을 벌이는 신은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스타일리시하다. 촬영을 위해 새로 지었다는 존현각 세트 역시 정교하다.
다만 내용적인 면에서 왕의 암살을 이야기로 한 만큼 분위기가 시종일관 무거워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오락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또 살수와 상책의 심상치 않은 관계가 일찌감치 드러나 뻔한 결말을 예상 가능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새롭게 탄생한 정조의 매력과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 화려한 액션이 잘 어우러진 또 한 편의 역사 블록버스터임은 분명하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