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미나의 기적
마틴 식스미스/미르북컴퍼니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아직 벗지 못한 우리나라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출간됐다. '필로미나 리'라는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서술한 '필로미나의 기적'이 그것이다. 책은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았던 수많은 어린 어머니들이 처했던 슬픈 상황을 담아 전 세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영 중이다.
1952년 아일랜드의 십대 소녀 필로미나는 미혼모가 된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미혼모들을 죄인 취급했다. 필로미나도 강제로 입소하게 된 수녀원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숙식을 제공한다는 것을 빌미로 고된 노역에 시달린다.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하루에 단 1시간. 아이는 네 살이 되던 해 어느 부잣집으로 입양되지만 수녀원에서는 생모에게 입양 사실을 전하지 않는다. 허무하게 아이를 잃어버린 필로미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다가 2004년 전 BBC 기자 마틴 식스미스와 함께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책은 필로미나의 아들 앤터니의 삶을 추적한다. 입양 후 마이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가 동성애자로서 미국의 보수적인 70~80년대를 살아가는, 아니 살아남는 과정을 전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교회가 신의 이름으로 강제로 행한 일들이 어떻게 필로미나와 마이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는지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입양이 어떤 이들에게는 행복과 온전한 삶을 제공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관습과 사회적 편견이 수많은 미혼모들과 입양아들을 죄인처럼 대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해외 입양 국가 6위다. 1958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은 지금까지 16만5000여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입양 아동 10명 중 9명이 미혼모의 아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모든 필로미나, 모든 마이크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