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23세(1881~1963)와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전임 교황 두 명이 동시에 성인으로 추대되는 것은 가톨릭 사상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티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두 교황에 대한 시성식을 주재하고 "복자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로운 성인으로 추대된 두 교황을 '20세기의 신부이며 주교이자 교황'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두 분은 비극적 사건이 이어진 20세기를 살아왔지만, 시대의 역경에 굴하지 않았다"며 "그분들에게는 오직 신만이 강력한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대 근처에는 새 성인 2명의 유물인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담긴 용기와 요한 23세의 일부 피부 조직이 함께 놓여졌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약 100만여 명의 순례객은 두 교황이 성인으로 선포되는 순간 박수갈채를 보내며 '아멘!'이라고 외쳤다. 시성식에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도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은 고인으로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 두 교황을 기리는 동시에 생존하는 두 명의 전·현직 교황까지 모여 '네 교황의 날(four-pope day)'이라고 명명됐다.
'착한 교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요한 23세는 재임기간이 5년(1958~1963)에 불과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회의를 소집하는 등 가톨릭 쇄신에 앞장섰으며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 중재, 종교 간 대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한 23세는 이탈리아 북부 시골마을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사제품을 받고 나서 제1차 세계대전 때 징집돼 참전했고, 2차 대전 때는 교황청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유대인의 희생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1962년에는 교황 최초로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