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서울 은평구에 사는 가정주부 조정혜(39) 씨는 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와 함께 동네 수영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한산하던 수영장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수강생이 몰렸기 때문이다. 강사에게 물어보니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 자녀에게 수영을 가르치려는 학부모의 문의가 평상시보다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며 "다음 달 수강 시간표를 다시 짜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사례2=지난 금요일 제주도 출장을 다녀온 IT업체 직원 강성진(34) 씨는 비행기 안에서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다. 창밖을 내다보거나 신문에 열중하기 일쑤인 기내 탑승 안전 방송 시간에
대부분의 승객들이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튜어디스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녀에게 따라하게 시키는 학부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내 방송을 끝낸 스튜어디스는 "며칠 전부터 산소마스크 사용법 등을 묻는 승객이 생겼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깨어나고 있다.
무능한 정부, 무책임한 경찰 등만 믿고 있다가는 언제 어디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비행기나 선박, KTX 등에 탑승하며 건성으로 지나쳤던 안전교육에 진지하게 참가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생존노하우'를 배우려는 수강생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8일 다음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에는 초중고교 안전교육을 수업 과목으로 만들어 달라, 교사·학생 상대로 현실적인 안전교육을 제도화해 달라는 등의 요청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슈 청원을 신청한 한 학부모는 "TV 광고를 통한 캠페인보다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안전 교육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불났을 때 아파트 탈출 방안, 대피 방안, 지진 대피방안, 붕괴 및 지하철 사고시 안전 대책 등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존 수영'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오산시 등이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상 사고 예방교육 등이 포함된 '수영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른 지자체에도 수영 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아예 자녀의 손을 잡고 안전 교육 시키는 직접 부모들도 있다. 서울 메트로 등에 따르면 주말을 맞아 버스·지하철에서 비상대피 방법을 설명하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탈출 노하우를 가르치는 학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전 교육 관련 서적 판매도 증가 추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KBS2TV에서 방영되는 '위기탈출 넘버원'을 만화로 엮은 시리즈의 경우 출간된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최근 들어 찾는 사람이 평상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외국 안전 교육 관심 늘어
외국 안전 교육 사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한안전경영과학회 등에 따르면 일본은 179개 체험장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의무적으로 재난대처훈련을 받는다. 독일의 안전 교육기관인 시민보호아카데미는 450개 과정을 개설해 전 연령층의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크루즈선의 경우 승객들을 대상으로 출항 전 구명조끼 착용법부터 바다 수영법까지 안전 교육만 1시간가량 진행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안전 교육은 주로 동영상을 보는데 그치는데 반해 선진국에서 실제로 불을 끄는 등의 체험을 한다"며 "단지 안전교육을 학교장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필수 과정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