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벌써 다섯 번째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4일 만이다. 특히 기자회견이나 담화가 아닌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이뤄져 '직접적인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라며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가족과 친지, 친구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고계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보낸다"며 "특히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피워보지 못한 생은 부모님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집권 초기에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국가차원 대형사고에 대해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를 시작하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공직사회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하게 드러내고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대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민관유착, 공직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앞으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개혁 회오리'가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무회의에 앞서 박 대통령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분향소 안에서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천천히 둘러봤고, 유족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다가오자 어깨를 감싸안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숙여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이어 분향소의 유가족들과 만나 사연을 들은 뒤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된 모든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