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은 R&B의 요정 박정현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얇고 맑은 목소리로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그는 신보 '싱크로퓨전'의 타이틀곡 '더블 키스'에서 발라드 퀸의 모습을 감추고 끝없는 변신을 예고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로서 기량을 한껏 뽐냈다면 이제는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콜라보 앨범 새로운 도전
박정현은 새 미니앨범 '싱크로퓨전'에서 다른 가수와 함께 부르는 형식의 협업은 아니지만 음악 색깔이 전혀 다른 작곡가와 공동 작업을 선택했다. 바로 윤종신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팀89'의 포스티노와의 작업이다.
포스티노는 영국 유학 차 런던에 머물던 시절 발표했던 싱글 '부쉬힐 재즈 하우스'로 2009년 영국 최대 댄스뮤직 스토어인 '주노 다운로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포스티노는 '더블 키스'의 작곡과 편곡뿐 아니라 베이스와 키보드, 토크 박스 및 드럼 프로그래밍, 마스터링에까지 참여했다.
그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어떻게 하면 신나게 부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신나는 노래는 록이나 굵은 목소리를 떠올리는데 내 목소리가 얇은 편이라 강렬한 창법을 참고해서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앨범에는 마이클 잭슨의 앨범 '스릴러'에 참여했던 미국 최정상급 기타리스트 폴 잭슨 주니어, 그래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엔지니어 마우리시오 게레로 등 월드 클래스급 세션들이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다른 아티스트와 콜라보는 꾸준히 생각해 왔다. 싱크로퓨전 안에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맞춰서 서로의 음악적 색깔을 융합하고 싶었다"며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신기하게도 내 색깔과 다른 아티스트의 만남은 새로웠다. 그래서 이 같은 신기함을 깊이 살펴 들어가고 싶어서 '싱크로퓨전' 시리즈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 이유있는 요정의 변신
그 동안 앨범 타이틀 곡을 발라드로 선택했던 박정현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가수였다. 특히 타이틀 곡이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R&B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지만 그의 앨범 수록곡을 보면 선입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2년 선보인 정규 8집 '패럴랙스'는 1980·90년대의 팝 발라드와 모던 록 등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다.
"매번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면서 항상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이 때문에 정규앨범에는 6곡 정도 신나는 노래가 담겨있죠. 하지만 타이틀 곡을 빠른 템포로 선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대중이 생소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콜라보 공연 '그해 겨울'에서 저의 다른 모습도 좋아주시는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죠."
'그해 겨울'은 박정현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연말공연 타이틀이다. 첫해에는 성시경, 지난해에는 김범수와 공연을 치렀고 올해의 파트너 YB까지 이어지면서 매년 새로운 남자 가수와 호흡을 맞췄다. 성시경과 발라드의 진수를, 김범수와 시각과 청각을 즐겁게하는 공연을, YB와 무대에서는 로커 본능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세 개의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싶다. 다음 콜라보 작업 대상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힙합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가장 생소한 장르가 랩인데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 뮤지컬 공연 방식 탈피
박정현은 말보다 음악으로 팬들과 대화하는 가수로 유명하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그녀만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마치 관객과의 통로로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공연을 시작한 계기를 들으면 웃음부터 나온다. 바로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말없이 뮤지컬 느낌의 공연을 고수했는데 올해 공연부터 말을 많이 할 것 같아요. 말이 서툴러서 멘트를 줄인 건 사실이에요.(웃음) 아직 말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자심감은 없지만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면서 대중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팬 들과 대화하면서 차분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 진출보다 국내에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해 가고 싶다는 그는 "데뷔 16년 자체가 놀랍고 고맙다. 몸이 잘버텨야 할텐데"라며 "단순히 가수로서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갖기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대중에게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콘서트를 꾸준히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미니앨범 '싱크로퓨전'에는 30일 선공개되는 '그 다음 해' 이외에도 타이틀곡 '더블키스'와 수록곡 '드림 스피어'가 담겨있다. 박정현은 다음달 9~11일과 16~18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 공연 '싱크로퓨전'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