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임다미(26)의 목소리가 고국 땅에 울려 퍼졌다.
지난해 호주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팩터'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임다미가 어릴 때 떠나왔던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7일 오전 삼성동 베어홀에서 열린 임다미 쇼케이스 현장에는 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호주에서 온 취재진들도 눈에 띄었다. 호주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연보라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 오른 임다미는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불렀다.
노래를 마친 뒤 그는 "호주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 와선 분향소에 다녀왔다"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노래는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불렀다"고 말했다.
능숙한 한국어로 인사를 마친 임다미는 곧이어 자신의 히트곡 '얼라이브'를 열창했다. 능숙한 무대 매너로 취재진의 환호를 이끌어 낸 그는 다시 한 번 피아노 앞에 앉아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임다미는 "한국 가요 중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며 이적의 '다행이다'를 그만의 색깔로 해석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K-팝을 즐겨 듣고 자랐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임다미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호주 방송팀과 '엑스팩터' 멘토였던 세계적인 스타 카일리 미노그의 동생 대니 미노그도 함께 했다.
◆편견의 벽을 넘어서다
임다미는 '엑스팩터'의 첫 예선 무대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선택했다. 검은 머리의 동양여자가 부르는 '히어로'를 기대하는 심사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히어로'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가창력을 뽐내기 위해 흔히 부르는 곡이지만 정작 제대로 소화하는 사람은 드문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다미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음색은 관중은 물론 심사위원의 귀까지 사로잡았다. 가뿐하게 예선을 통과한 그는 몇 차례의 탈락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엔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임다미는 철저히 가창력으로만 승부하는 디바의 모습을 추구했다. 하지만 팝 발라드만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록밴드 푸 파이터스의 '베스트 오브 유', 유투의 '원', 프린스의 '퍼플 레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임다미가 '엑스팩터' 결승전에서 선보였던 신곡 '얼라이브'는 호주 싱글차트 1위의 자리에 올랐다. 또 그가 오디션에서 불렀던 '히어로'를 비롯해 제니퍼 허드슨의 '앤드 아임 텔링 유 아임 낫 고잉' 등이 차트 순위권에 진입하며 호주는 말 그대로 '다미 신드롬'에 휩싸였다. 우승과 동시에 호주의 스타로 급부상한 임다미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양국 아우르는 스타 발돋움
이날 임다미는 "고국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오는 16일 전 세계에 발매 예정인 신곡 '슈퍼 러브'를 미리 공개했다. '슈퍼 러브'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빠른 템포의 곡으로 임다미가 걸어온 길과 많이 닮아있다.
그는 "호주엔 많은 이민자가 있다. 이들은 약간 억압되고 주눅 들어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며 "'엑스팩터' 우승이 나 같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들었다. 아시아의 파워를 보여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나이로 올해 27세인 임다미는 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 동생과 함께 호주로 떠났다. 당시 아버지만 한국에 남아 기러기 가족으로 살면서 임다미는 이민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래를 선택했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노래를 접하고 자란 그는 호주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약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웠다. 하지만 노래만큼은 클래식이 아닌 재즈를 택했고 교회는 물론 교내 보컬 그룹에서 활동하며 차분히 실력을 쌓아온 덕분에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이제 임다미의 목소리는 학교와 교회를 넘어서 호주와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