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하락과 신흥국의 환율상승 등 환율 리스크로 인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해 수익성 개선 폭이 둔화됐다"-이원희 현대차 부사장
원·달러 환율이 1020원선을 위협하며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주력업종인 전자·통신기기와 자동차, 조선산업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전일 1022.5원보다 소폭 상승한 1022.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하루전인 7일에는 연저점인 1022.5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8년 8월 7일(달러당 1016.5원)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환율 하락세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융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연일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화가 늘어나는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쌓여 환율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월간 움직임을 봤을 때 원화 강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환율이 20원대로 내려온 것은 대외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출주도형 기업 환율 직격탄
환율하락에 따른 원화 강세가 지속되며 국내 기업도 좌불안석이다. 연초 환율 하락에 대비해 헤지(Hedge) 등으로 환위험도는 낮췄지만, 자동차·전자·조선 등 수출이 중심인 국내 기업에 환율하락은 치명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매출액 기준 340대 제조업체 가운데 10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을 1066.4원으로 잡았다. 이미 마지노선인 1066.4원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1040원 선까지 손익분기점으로 전망했다"며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제품 비중이 많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불안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자동차 업계는 환율 직격탄에 그대로 노출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수출 비중이 80%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는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올 초 사업계획에서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시장 예상치(1060원)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환율이 1022.5원으로 마감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철강과 조선업체는 희비가 엇갈렸다. 대다수의 철강업체들은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를 싸게 수입할 수 있어 원가 절감의 호기로 보고 오히려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체는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원가를 절감 할 수 있어 큰 효과를 볼 것"이라며 "원화 강세로 철강업체들은 수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조선업체들도 원화 강세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업체들은 환율 변동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환헤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환율이 떨어져도 크게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화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면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조를 보이던 국내 조선업계 수주실적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의 수준이나 속도 등에 대해서는 코멘트하기 어렵다"면서도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선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환율 급락에 대한 대책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국내 기업의 제품이 기술경쟁력이 있는데다 대부분 중장기 계약으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