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돌' 이어 '룸메이트' 출연
쉬는날 없이 연기 연습 삼매경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목표
하정우·유아인, 닮고싶은 배우
지난해 겨울 MBC 드라마 페스티벌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고독한 눈빛을 뿜어내며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서강준(21). 그는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과 목표를 진지하게 설명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금세 창밖에 스쳐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10대 소년 같은 느낌도 지니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 지닌 청년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그는 "2년 전 길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다. 아침 등굣길에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기에 '엄마가 근처에 있겠지'하는 생각에 우선 지나쳤다. 근데 하굣길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집으로 데려와서 물이랑 밥을 챙겨줬다. 그렇게 고양이랑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는 영화에도 남다른 일가견이 있었다.
"중 2때부터 영화에 빠져서 밤마다 영화를 봤어요. 이제까지 거의 1000편 가까이 본 것 같아요. 몇 번이고 다시 본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이에요. 특정한 장르를 고집하진 않고 그 날 기분에 따라 선택해요."
영화를 탐닉하던 '시네키드'는 젊은 배우로 성장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던 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릴 땐 그저 좋아서 봤다면 이젠 모든 게 공부죠. 고등학교 때까지 꿈이 없었어요. 그저 영화 보는 게 좋았던 거죠. 그땐 연기를 쉽게 생각했는데 제가 막상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구요. 얼마전 쉬는 날 '역린'을 보러 가서 소리를 안내고 대사를 따라 하기도 했어요. '밥 먹었어?' 이런 짧은 대사 하나도 표현 방법이 다르고 시선처리도 다 달라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습득하려고 해요."
◆연기는 철저한 예습복습
쉬는 날마저도 연기 연습에 매진하는 '연기 모범생'이라는 칭찬에 그는 "연기는 일이라고 생각 안 한다. 잘 하고 싶단 생각에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첫 주연작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사랑하는 정분(문소리)의 곁에 머무르기 위해 그의 딸과 결혼하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처음엔 혹시 저 때문에 작품에 누가 될까 정말 걱정이 많았고 부담도 컸어요. 감독님과 2주 내내 만나서 윤하(극중 캐릭터)가 왜 이런 마음을 갖게 됐는지,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정분을 사랑하게 되는 지 세밀한 부분까지 공부했더니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는 문소리에 이어 얼마전 종영한 MBC 수목극 '앙큼한 돌싱녀'에서도 11살 위인 이민정과 호흡을 맞췄다. 연이어 연상의 여인들과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연기할 때 만큼은 누나들이 정말 예뻐 보인다"고 말한다.
◆예능과 연기, 투 트랙으로?
최근 그는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의 일원이 됐다. 연기만 고집할 것 같았던 그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행보였다. 예능으로 이미지가 소모되는 우려는 없냐는 질문에 그는 "배우는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능에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장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연기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서강준의 데뷔작은 정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방과 후 복불복'이었다. 마치 만화 같은 구성에 코믹한 요소가 강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황당한 스토리지만 서강준과 그가 속한 그룹 서프라이즈의 매력만큼은 확실히 돋보이는 시트콤이었다. 하지만 그는 "돌이켜보면 연기가 아쉽다"며 "지금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해 끝없는 욕심을 내비치는 그가 닮고 싶은 선배는 하정우와 유아인이었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긴 공백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끊이지 않고 꾸준히 하고 싶어요. 무슨 상을 받고 싶다, 이런 마음보단 역할 크기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