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후속 치료를 받고 있어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권에 대한 3세 후계 승계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5분께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심장 상태가 안정되자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며칠간 치료를 좀 더 받은 후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인 이 회장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건강에 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권 승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마하 경영' 기조에 맞춰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이전하고, 지난 3월 제일모직을 삼성SDI와 합병하기로 했을 때도 사실상 그룹 경영권 승계와 연계해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 8일 비상장사인 삼성SDS의 연내 상장을 결정한데 이어 9일에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계속된 계열사 재편을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11.25%)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 이건희 회장(0.01%) 등 오너 일가가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장외에서 15만원대 거래되고 있는 삼성SDS의 상장이 확정되면 87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약 1조3000억원대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하거나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상속받는 등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다양한 곳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입 고려는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삼성에버랜드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5.1%, 이부진 사장이 8.37%, 이서현 사장이 8.37%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재계안팎에서 예측하고 있는 유력한 후계구도는 삼성그룹의 전자와 금융계열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하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계열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광고계열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보는 구도다.
특히 이날 불거진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이 같은 후계 구도는 조만간 향배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