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추락했던 MBC 개그 프로그램이 '코미디의 길'로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코미디의 길'은 이홍렬의 진두지휘 아래 과거 MBC 코미디 르네상스를 끌었던 정성호와 KBS2 '개그콘서트'의 수장이었던 박준형이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시청자들의 웃음을 공략했다.
눈길을 끈 것은 대부분의 콩트가 사회 세태 풍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단 점이다. 정성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기러기 아빠들의 외로운 현실을 그렸으며, '개.사.세(개들이 사는 세상)'는 애견 훈련 학교에서 펼쳐지는 개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이 겪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꼬집었다.
비공개 코너 중 하나인 '골방주식회사'는 청년백수들의 서러운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내 공감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이홍렬은 "과거 MBC는 코미디의 왕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침체돼 있는 것 같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박준형과 정성호를 비롯한 최국·손헌수·오정태·양희성·정명옥·김주연 등 MBC 간판 개그맨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인 개그맨들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과 선배 개그맨들의 식상한 연기가 '코미디의 길'이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았다.
특히 박준형은 '개그콘서트'와 전작 '코미디에 빠지다' 에서 선보였던 연기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으며, 정성호 역시 tvN 'SNL 코리아'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를 답습해 식상함을 안겼다.
또 'MSG'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돌직구' 등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코너가 그대로 유지된 것도 신선함을 반감시킨 요소로 작용했다. 일각에선 '코미디의 길'이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 등의 경쟁 프로그램을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얼굴에 맞는 신선한 웃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