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영화 '역린'으로 돌아온 현빈
눈빛으로 독보적인 정조 표현
배우 현빈(33)은 김태평이라는 본명답게 인터뷰 내내 차분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2012년 제대 후 영화 '역린'으로 대중과의 첫 소통을 시작한 그는 눈을 마주치며 침착하게 정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데뷔 때부터 항상 정상의 위치인 것 같다는 질문에 "큰 파도는 안 탄 편이죠. 그 파도를 안 타려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답니다"라고 지나가듯 말하는 한 마디가 믿음직스럽게 들린다.
◆ 혹평에 마음 편해져
영화 '역린'은 개봉 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영화는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관객수 320만 명을 돌파했다.
"걱정이 됐지만 관객들이 '내가 보고 판단해 볼래'라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정재영·조정석·한지민 등 많은 배우들이 나오니까 현장 무대인사 분위기도 팬미팅을 하는 느낌이죠."
오히려 혹평이 300만 돌파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예고편이 나가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정말 컸다. 그만큼 실망감도 클까 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혹평 기사로 조금 편해졌다"고 말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중용 23장 구절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한 마디다.
"시국이 작용한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말이라고 봐요. 중용 구절의 경우 실제 일상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문득문득 생각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더라고요. 우리 사회도 사소한 것 하나씩만 바꿔가면 멀리 봤을 때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 현빈표 정조 눈빛으로 완성
개봉 전 공개된 현빈의 등 근육은 단연 화제였다. 그는 "정조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련했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정말 화제가 됐다"며 부끄러운 듯 답했다.
근육은 '팔 운동을 하는 정조, 세밀한 근육'이라는 한 줄의 지문 때문에 완성됐다고 한다.
"'조선시대라면 어떤 운동을 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예쁜 근육보다는 모래주머니나 턱걸이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했죠. 실제로는 노출을 즐기지 않아요. 하하."
정조를 연기한 사람은 현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역린'의 정조는 현빈 그 자체라는 평가가 지대했다. 그는 관련 작품을 일부러 안 봤다고 말하며 "드라마 '친구'를 찍을 때 경험했다. 영화 '친구'를 정말 많이 봤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역효과가 났다. 영화처럼 안 하고 있으면 틀린 것 같이 느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인물이다 보니 책과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대사 톤도 감독님이 사극처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편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눈빛 연기에 치중했다는 그는 "정조 즉위 1년의 상황이었고 당시 나이가 26세였다. 나약해 보이지 않아야 하면서 왕 흉내를 내는 걸로 보여서도 안 됐다. 그렇다 보니 몸에 제약이 컸고 얼굴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늘 긴장한 상태로 있는 정조, 눈으로 많이 느껴질 수 있게 연기했다"고 현빈만의 독보적인 정조를 완성시킨 비결을 설명했다.
◆ 차기작 조급하지 않다
'역린' 후 현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계획하지 않고 영화든 드라마든 마음에 들면 하는 편이라며 조급해 하지 않는다고 했다.
"팬·대중이 원하는 모습과 제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했죠. 생각해보니 '내 이름은 김삼순' 때의 현빈을 좋아해줬는데 그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선택했던 게 '시크릿 가든'이었어요. 큰 사랑을 받았죠. 그렇다고 계속 그쪽 연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계속 고민할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