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표적' 비리 경찰, 유준상
"흥행, 현실과 맞물려…버스킹하러 북유럽 간다"
배우 유준상(45)은 영화 '표적'에서 청부 살인을 일삼는 비리 경찰 송반장 역으로 올 상반기 최고 반전남에 등극했다. KBS2 주말극 '넝쿨째 굴어온 당신' 속 국민 남편의 변신이 관객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 12일 만난 유준상은 악덕 비리 경찰과는 전혀 다른 유쾌한 사람이었다. 열정과 긍정이라는 말을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내뱉으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졌다. 20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하는 걸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작곡 실력까지 갖춘 만능 배우다.
◆ 송반장, 죄책감 없어 더 무서운 인물
유준상은 '표적'의 송반장 역을 수 차례 거절했다. 중반부터 본색을 드러내 영화 말미까지 등장하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요구에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고 결정적인 한 장면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김성령의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은 장황한 말로 악역을 설명하지 않고 한번에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장면이었다. 이걸 잘 살리면 관객들이 많이 놀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송반장은 푸근한 미소를 머금고 악행을 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죄책감이 없는 인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진다"고 역할에 대해 덧붙여 말했다. 작은 행동부터 대사까지 송반장의 많은 부분은 유준상과 윤홍승 감독의 합작품이다.
"각본 짜는 형사로 방향을 잡았어요. 송반장이 처음 등장할 때 수첩에 그림을 그려서 김성령에게 주는 장면도 감독님에게 제가 먼저 제안한 거죠. 다행히 관객들도 웃어주셔서 좋았어요. 진구를 죽이기 전 그의 더듬거리는 말투를 보고 내뱉은 말도 다 애드리브예요. 송반장 무리들과 함께 한 장면에서도 많은 부분이 생활형 애드리브로 채워졌죠."
◆ '표적' 흥행, 현실과 맞물려 가능
'표적'은 개봉 2주째에 총 관객수 210만 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흥행하고 있다. 유준상은 현실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최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고 송반장처럼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자식을 가진 아빠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고를 보면서 저 역시 경악했습니다. '표적'의 액션을 보면서 관객들은 악의 무리가 추락하는 걸 통해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영화는 14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올랐다. 이로써 유준상은 영화 '하하하'(2010) '북촌방향'(2011) '다른 나라에서'(2012)에 이어 네 번째로 칸을 방문한다.
그는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여기에 작품의 주제의식,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며 "영화를 보면서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게 가장 큰 강점일 것"이라고 '표적'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 뮤지컬 배우부터 작곡까지
"무대 위는 전쟁터예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보여줘야 하고 오늘 잘했다고 내일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 곳이죠. 매일 훈련을 합니다.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니까 영화·드라마, 어느 분야에서든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죠."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데뷔 앨범 '준스'를 발표한 그는 "음악을 만드는 것도 연기를 잘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준화라고 미국 LA에서 기타치는 친구와 '제이앤조이20'이라는 그룹을 결성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버스킹을 하면서 연주 곡을 만들 예정이다. "올 가을에 앨범을 내려고요. 연주 곡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젊은 감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지금 메트로 신문을 읽고 있는 저와 동년배거나 더 나이가 많은 분들, 열정을 가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분노는 '표적'을 보면서 해소하길 바란다"고 긍정적인 힘이 넘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한준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