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같은 사랑 그린 '인간중독'
노출 수위 높지만 인물 감정에 중점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결말 아쉬워
14일 개봉할 영화 '인간중독'은 제목처럼 중독 같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는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군 관사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이는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전체적인 줄거리만 놓고 보면 '사랑과 전쟁'류의 뻔한 불륜 치정극에 가깝다.
각자 배우자가 있는 남녀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지는 과정을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노출과 정사신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노출보다는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에 방점을 둔다. 베트남전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출세를 위해 정략 결혼을 하고 살아가던 김진평이 뒤늦게 찾아온 강렬한 첫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파멸로 치닫는 드라마가 두 시간여 동안 섬세한 영상으로 펼쳐진다.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각본을 쓰고 '음란서생' '방자전' 등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이 이번에도 고품격 '19금' 멜로를 표방했다.
김 감독은 진지함 속에서 특유의 풍자와 유머까지 제법 녹여냈다. 군 관사 내 부인들의 봉사 모임이자 사교장인 나이팅게일회를 등장시켜 남편의 지위에 따라 아내의 행동까지 달라지는 계급 사회를 무겁지 않게 묘사한다.
파격 멜로에 도전한 송승헌의 연기 변신, 고혹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신예 임지연의 매력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섹시한 이미지가 강했던 조여정은 이번엔 남편 김진평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심이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면모까지 갖춘 이숙진을 열연해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깊이를 더해야 할 이 영화는 오히려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힘을 잃는다. 출세와 사랑을 놓고 위태위태한 줄다리기를 하던 김진평과 그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종가흔의 감정이 급작스럽게 변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