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을 뜻하는 일명 '케미(케미스트리)'가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케미'는 주로 남녀 주인공 사이의 성적 이끌림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지만 사람 사이의 궁합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MBC 주말극 '호텔킹'은 연출과 작가의 궁합이 맞지 않아 갑작스런 PD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호텔킹'의 연출을 맡았던 김대진 PD를 대신해 애쉬번(최병길)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조은정 작과와 김 PD의 불화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극 중반부에 접어들어 연출이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호텔킹'은 주연 배우 이동욱·이다해가 SBS 드라마 '마이걸' 이후로 9년 만에 재결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호텔킹'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극 초반 주·조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이 표현되지 않았고 내용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했다. 이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연결됐다.
지난 11일 방영된 '호텔킹' 전국 평균 시청률은 10.6%(닐슨코리아 집계, 이하 동일)로 경쟁 드라마 KBS1 '정도전'의 19.8%에 한참 뒤진 수치를 나타냈다. PD 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호텔킹'의 새 연출과 기존 작가가 '케미'를 통해 뒷심을 발휘할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tvN '마녀의 연애' 박서준·엄정화/CJ E&M
제작진이 아닌 주연 배우들간의 '케미'도 중요하다.
tvN 월화극 '마녀의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엄정화와 떠오르는 신예 박서준을 극중 14살 차이의 연상녀·연하남으로 캐스팅해 화제를 일으켰다. 앞서 방송된 JTBC 월화극 '밀회'의 김희애와 유아인이 실제 나이 19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잘 어울리기에 엄정화·박서준의 만남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만 화제가 될 뿐 드라마 자체에 대한 인기는 예상만큼 뜨겁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흥행 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이를 살리는 것은 연출과 배우의 몫이다. 하지만 '마녀의 연애'에선 캐릭터부터 극 전개까지 '케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장에서 잘나가는 30대 후반 여기자인 반지연(엄정화)은 주요 시청층인 10~2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또 남자 주인공 윤동하(박서준)가 지연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이 다소 성급했다. 이는 결국 남녀 주인공 사이 '케미' 부족으로 나타났고 당초 예상보다 심심한 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