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에 가면 '군탄공원'이라 불리는 공원이 있다. 군탄리라는 지명에 걸맞게 군탄공원이라 불리는 공원이다. 그런데 최근 공원의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바꾸고자 하는 이름은 다름 아닌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이다.
물론 공원 한쪽에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기념비'가 서 있는 건 사실이다. 원래 이 공원의 이름이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공원'이었던 것도 역시 사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난 1961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지 2년 3개월여 만인 1963년 8월, 공원 근처의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운
한 군인이 없도록 하자"는 말을 남기며 전역할 때 기념비를 세우고 공원을 만들면서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사정은 바뀌었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다는 사실을 희석하기 위해 박 정권 스스로 공원 이름에서 '육군대장 박정희'를 빼버렸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에는 그나마의 '전역지공원'이란 이름도 버려져 지금의 이름에 이르고 있다. 공원 명칭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소멸 과정 자체가 군사독재정권의 그것과 맥을 함께 해온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첫 이름으로 되돌리려 하는 걸까? 정작 철원군이 지난 2012년말 3개월 동안 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5만여 명의 군민 가운데 설문조사에 응한 인원은 고작 6백 명 수준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공개 토론회나 설명회 등은 열리지도 않았다.
알고 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다양화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예컨대 경북 문경에 가면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군관학교에 가기 전 머물렀다는 하숙집 '청운각'에서 즐겨 먹었다는 칼국수와 국밥을 먹을 수 있다. 경북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KTX 김천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는 주장들도 난무하고 있다.
인물이나 역사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와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늘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감행해 헌법 질서를 유린하고 이후 스스로 대통령에 오른지 꼭 53년이 되는 날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