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넘어선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새로운 한국을 만들자" "다시 일어서자"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 '새로운 한국 국민운동' 발족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서경석 목사, 박홍 신부,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등 150여 명이 모여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을 발족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태는 우리사회의 공직부패와 정경유착, 공동체윤리·책임윤리의 부재, 저급한 기업문화, 안전불감증, 법질서 경시현상, 고발정신 부재 등이 누적돼 만들어진 총체적 난맥상"이라며 "반성과 개혁에서 시작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 일각에 세월호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사회분란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음을 개탄한다"며 "정치권도 성숙한 초당적 대처를 통해 상처 치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종교계와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이 만든 '생명안전고발센터'가 서울 마포구 생명문화 사무실에 문을 열었다. 생명안전고발센터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곳곳에 만연한 안전 위협 요소를 시민들이 나서서 감시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생명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불행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칙이 있는 생명한국'을 목표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더 큰 국가적 위기 빠질수도"
대형 재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학교와 대형 건물 중심으로 대규모 피난 훈련도 이어지고 있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전국 시·도 교육청과 대학들은 내달 9일까지 각 학교 기숙사 소방 안전점검과 입주 학생 화재 대피 훈련을 시행한다. 13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주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피훈련이 벌어졌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물론 정부 관계부처도 다양한 안전 대책을 내 놓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시민들도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이런 안전 훈련이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기적인 대피 훈련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규제하는 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영업자 박모(45)씨도 "세월호 참사 충격에 빠져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최근 한달간 손님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며 "계속 슬픔에 잠겨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큰 국가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