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진심으로 즐기면서 한 작품
칸 초청에 기쁘고 두려워
이선균 섬세한 연기에 놀라
29일 개봉될 영화 '끝까지 간다'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모친상을 당한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뺑소니 사고로 정체불명 남자의 시체를 어머니의 관에 은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정교하면서도 긴장감 있고 유쾌하게 그린다.
이 영화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를 연출한 김성훈(43) 감독이 무려 7년 반 만에 내놓는 두번째 장편이다. 14일 개막한 제67회 칸 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이 칸으로 떠나기 하루 전 그를 만나 칸에 초청된 소감과 영화의 탄생 과정을 들었다.
-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소감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서 구경하러 가본 곳이라고는 자연농원이 전부였는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에 초대받아서 영광이고 기쁘다. 그러나 낯선 언어가 들리는 곳이라 조금 두렵기도 하다.
- 평단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내가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노력 밖에 없더라. 이번 작품이 나오까지 긴 시간 동안 벅차고 힘들었지만 진심으로 재미를 느끼면서 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엔 내가 재미없는데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개봉이 되지 않아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지 모르겠지만 이런 내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으면 한다.
- 차기작을 내놓기까지 무려 7년 반이 걸렸다. 전작의 흥행 실패가 뼈아팠던 것 같다.
자기 반성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사람들은 남탓 시대탓을 하지만 그러면 발전이 없다. 나 역시 거울로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부끄럽고 피하고 싶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찍고 싶었다. 7년 반이라는 시간은 나를 알아가는 시기였다. 물론 도망갈 곳도 없었다. 영화는 내게 놀이터이자 일터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만 했다.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 /한제훈(라운드테이블)
- 시나리오의 탄생 과정은.
2008년 처음 구상했고 이듬해 초고를 썼다. 완성된 것은 2013년이다. 5년간 이 시나리오에만 매달렸다. 시작은 시신을 완벽하게 은닉하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에서부터였다. 고민 끝에 시신이 돌아갈 곳은 무덤이라고 생각했고, 잘못을 영원히 입다물어 줄 사람으로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 후 이 상황을 가장 재미있게 묘사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주인공으로 가장 죄를 짓지 말아야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겠다고 생각해 경찰을 설정했다.
- 영향을 준 감독이 있다면.
영향을 준 감독은 많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을 좋아한다. 해외 감독으로는 코엔 형제가 있다. 영화 '드라이브'도 좋아하는데 여기에 출연한 라이언 고슬링이 이번에 '로스트 리버'의 감독 자격으로 칸에 초청됐더라. 만나고 싶지만 말이 안 통하니 영화제만 즐기고 오려고 한다. 하하하.
- 전작은 코미디물이었는데 이번엔 범죄액션물이다.
의도적으로 다른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 그 때 재미있는 것이 눈에 보이면 하는 편이다. 다만 유머를 곁들인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내가 역시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심각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유머가 인상적이다.
극을 처절하고 진지하게만 진행하면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웃길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톤의 매너가 중요했다. 사실감 없는 코미디로 흘러가지 않도록 했다.
- 이선균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장르 영화긴 하지만 주인공으로 사실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를 원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이선균을 보면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그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함께 해보니 더 대단한 배우라서 놀랐다. 매 신마다 다른 세밀한 표정을 지어 고건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선보이고 싶나.
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 지금과 비슷한 영화를 찍어야 할 지 다른 재미있는 것을 해야할 지 아니면 전에 써 놓은 걸 시나리오를 끄짚어내야 할 지는 모르겠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