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리칸 그린'이 내놓은 마리화나 자동판매기. /어메리칸 그린 제공
미국에서 자동판매기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마리화나(대마초)가 자판기에서 버젓이 판매되는가 하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내놓는 낚시용 미끼 자판기도 나왔다. 최근 미 경제매체 CNN머니는 지나가던 행인의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이색 자판기를 소개했다.
◆ 양지로 나온 마리화나
지난 1월 콜로라도주에서 미국 내 최초로 오락용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 되는 등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마리화나. 애리조나의 마리화나 판매 업체 '어메리칸 그린'은 자판기 판매까지 나섰다.
업체의 최고운영책임자 스티븐 쉐린은 "마리화나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의료용에서 오락용으로 제품 군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리화나 자판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 카드와 운전면허 등이 필요하다. 제품 가격은 20~100달러(약 2만~10만원)다.
◆ 지렁이 미끼 '꿈틀'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살아있는 지렁이도 나온다. 전직 트럭 운전수이자 어부인 개리 하셀은 "해뜬 직후에 물고기가 미끼를 잘 문다. 하지만 아침 일찍 문을 연 가게가 없어 낚시광들이 늘 아쉬워하더라"며 "이 모습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끼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 자판기'에 지렁이와 거머리 등 살아있는 미끼를 넣어 24시간 판매를 시작했다. 낚시광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500여 개의 미끼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 열쇠 잃어버려도 OK
집안에 열쇠를 두고 문을 잠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뉴욕의 한 업체는 열쇠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자판기를 내놨다. 이용 가격은 20달러. 수리 업체에 연락해 새로 열쇠를 만드는 비용의 70~80% 수준이다.
열쇠 자판기 업체 '마시'는 "뉴욕시의 편의점 등에 설치된 기계에서 7개월 만에 열쇠가 1만 개나 복제됐다"며 열쇠 수리공의 앞날을 걱정했다.
◆ 자전거 자물쇠와 튜브
미국에서 '자전거족'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부품 자판기도 등장했다. 자물쇠와 튜브 등 부품은 물론 초코바 같은 간식도 함께 판매한다.
판매 업체 '바이크스톡' 대표는 "자전거 이용자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리에서 바로 수리할 수 있는 게 부품 자판기의 최고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발 아플 땐 '발레 슈즈'
하이힐을 신고 걷다 지친 여성들을 위해 편안한 '발레 슈즈'를 내어주는 자판기도 있다. 이 자판기는 2009년 영국에서 처음 나온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마 전 미국에 상륙,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 설치됐다. 가격은 한 켤레에 20달러다. 한 판매 관계자는 "검정색과 호피무늬 신발이 가장 잘 팔린다"면서 "한 달에 200켤레 넘게 팔리는 곳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