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린'의 슬픈 암살자, 조정석
말보다 눈빛 표정으로 전작과 차별
마지막 연애 3년전 유부남 부러워
뮤지컬 '블러드…' 7세 꼬마역 올인
배우 조정석(33)은 '정석'이라는 이름과 달리 자유 분방한 연기자였다. 영화에서 특색 있는 인물을 그린다. '건축학 개론'(2012)의 납득이는 허당 연애 고수였고, '관상'(2013)에선 코믹하면서도 조카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지닌 팽헌 역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올 해 '역린'으로 말보다는 눈빛과 표정으로 소통하는 조선시대 슬픈 살인마 을수로 돌아왔다.
- 영화 '역린' 만족스럽나?
영화가 관객에게 공개됐을 때 호불호가 분명했다. 혹평에 비해선 만족한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엔 상영 시간이 부족했고 편집은 어떤 영화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실존과 허구가 얽혀 있는 구성력이 재밌었다. 영화를 본 지인들은 '정조도 을수도 모두 주인공 같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이처럼 등장 인물, 각자의 이야기로 영화가 짜여 있는 점이 '역린'의 강점이다.
- 을수는 살인을 위해 길러진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살아야 했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감정 흐름을 따라 가려고 했고 대본에 드러나지 않은 공백을 상상했다. 인물을 연기할 때 극 사실주의적으로 파고 든다.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 등에 집중한다. 을수로 살면서 내 눈매가 달라져 있다는 걸 문득 느꼈다.
- 냉혈안이 월혜(정은채)에게 첫눈에 반하는 설정이 와 닿지 않았다
을수와 월혜의 첫 만남이 편집됐다. 그 장면에서 을수는 떨림을 느낀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준다'는 말이 있지만 을수는 다를 뿐이다. 사행이라는 걸 알면서도 광백(조재현)에게서 월혜를 지키기 위해 정조를 암살하러 간다. 냉혈안이지만 월혜에게 만큼은 예외다.
- 정조를 암살하는 장면을 오래 찍었다고 들었다
문 앞에서 안에 있는 정조를 보러 가기까지 긴박하게 그려졌던 장면을 20일 정도 찍었다. 겨울이라 추웠다. 그런데 더 힘든 건 분장이었다. 사람들이 대걸레 머리라고 부르는 긴 머리와 수염, 피 묻은 얼굴 등을 갖추는 데 2시간 가량 걸렸다.
- 정조 역할도 어울릴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현빈이 맡은 정조와 정재영의 갑수 역할이 모두 탐났다. 개봉한 후 무대 인사를 돌면서 '역린'을 다시 봤다. 누구나 처음엔 자신이 맡은 인물을 위주로 본다. 그런데 여러 번 보면 큰 시각에서 작품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게 된다. 특히 현빈이 연기한 정조는 정말 그 당시에 그랬을 거 같다. 그 동안 정조를 연기한 배우는 많았지만 굳건하고 강직하며 약한 모습을 감추려는 정조가 진짜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현빈의 등 근육이 화제였다
을수는 노출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다. 동네에 있는 진짜 싸움꾼들은 을수처럼 아무 것도 없다. 날 것의 액션을 하는 을수를 만들고 싶었다. 전문적으로 검술을 하는 것보다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 현빈보다 팔이 짧아서 죽은 것 같다
팔 길이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솔직히 내 신체에 비해선 팔이 긴 편이다. 물론 현빈보다는 짧다. (하하)
- '역린'으로 변신하고 싶었나
아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로 많이 기억해 준다. 영화 '관상'때도 조선 판 납득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변신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출연하지 않는다. 역할에 충실 할 뿐이다. 공연을 10년 했다. 바람둥이부터 순수남, 열등남, 순정남 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재밌고 즐거우면 한다'는 룰이 생겼다. 나중에 납득이 같은 역할을 또 할 지도 모른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 염두에 둔 차기 작은?
모르겠다. 지금은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만 생각하고 있다. 7살 꼬마 역할인데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 연애할 시간 없겠다.
마지막 연애는 3년 전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 이후부턴 쉰 적이 없다. 친구들이 결혼하거나 애 낳는 거 보면 부럽다.
- 영화계 블루칩이 됐다
행복하다. '신세 진 사람에게 보답할 때'란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내 위치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신념대로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