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밖에 불이 났어요. 빨리 도망 가세요."
17일 중국 충칭시 위베이구의 한 아파트에서 장셴캉은 잠결에 열 살짜리 손자 장런산(張任山)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이 어린 소년의 외침은 결국 가족과 이웃의 목숨을 구했다.
날씨가 더워 침실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잠을 자던 장런산은 이른 아침 갑자기 답답함을 느꼈다. 얼마 후 호흡 곤란으로 잠에서 깬 장런산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 검은 연기 사이로 붉은 빛도 보였다.
놀란 소년의 머리 속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른에게 알리고 도망가야 한다"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이 떠올랐다. 장런산은 바로 할아버지 방으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깨웠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방에서 화염이 창문까지 치솟은 것을 발견했다. 뒤이어 소년은 부모도 깨웠다.
할머니는 손자가 바지도 입지 않은 것을 보고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얼른 바지를 챙겨 도망 나왔다. 장런산의 어머니는 "바지도 못 입고 가족을 구하러 나온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버지 장밍쥔은 아래층에서 불이 난 것을 파악하고 아래층에 가서 소리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다른 가족들을 모두 내려 보내고 위층으로 올라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으니 빨리 나오라고 외쳤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이웃들도 잠에서 깨어났다. 이때는 아파트 복도가 이미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장밍쥔과 이웃들은 코를 막고 내려왔다.
이 용감한 부자뿐만 아니라 냄비를 두드리며 사람들을 깨운 주민도 있었다. 집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위층, 아래층에서 들을 수 있도록 계속 소리를 질렀다. 그 덕분에 깊은 잠에 빠져있던 주민들도 얼른 깨서 도망칠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열 살밖에 안 된 소년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낸다", "시설이 낙후된 아파트지만 주민과의 정과 협동심은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