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되는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무려 15년 동안 서울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절도를 벌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지난 16일 서울대에서 물건을 훔치다 발각되자 학생을 망치로 내려친 뒤 도주한 강도 용의자 이 씨(42)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서울대에서 15년 동안 노숙을 하며 수십 차례 절도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경찰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 씨가 서울대에서 물건을 훔치다 발각돼 검거된 횟수만 무려 5번으로 그중 두 번은 1년 이상 징역을 살기까지 했다. 그는 주로 학교에 침입해 동전이나 식권, 학생들이 놓고 간 책등 자잘한 물건들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왔다. 이 씨는 석 달 전에도 물건을 훔칠 목적으로 서울대 미대에 침입했지만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나오던 학생에게 발각돼 당황한 나머지 망치로 학생의 머리를 내려치고 도망쳤다.
3개월간의 경찰수사로도 찾을 수 없었던 이 씨를 붙잡은 곳은 다름 아닌 서울대 교정의 벤치 앞이었다. 이 씨는 무려 15년 동안 캠퍼스를 떠돌며 절도행각을 일삼았지만 이 씨를 붙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기 집 안방 들여다보듯 캠퍼스 내부를 훤히 알고 있는 이 씨는 보안 시스템을 꿰뚫고 있어 CCTV가 있는 장소를 피해 다니고 안경과 모자로 위장을 하며 한번 쓴 망치는 버리고 새 망치를 다시 훔쳐 범행 저지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이 씨가 처음 서울대에 오게 된 배경엔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여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씨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학창시절 수재로 촉망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여자친구를 만난 후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게 만난 이 씨의 큰형은 동생의 절도 행각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 씨가 고향에 돌아오면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며 동생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씨는 "서울대생들에게 이 정도 피해는 아무렇지 않다"고 진술하며 가진 자와 배운 자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등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