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 세대인 직장인 이모씨(51)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퇴직까지 길어야 5년 정도 남았는데, 은퇴 이후 네식구가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하다. 믿는 건 매달 꼬박꼬박 납부한 국민연금 뿐인데, 만 65세부터나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도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이라 생활비로 쓰기 빠듯하다. 그러던 중 주변 지인으로 부터 '가교(브리지)형 연금'을 추천 받았다. 이 상품은 은퇴 뒤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될 때까지의 소득공백 기간에 다리(가교) 역할을 해주는 연금보험상품을 일컫는다. 매년 똑같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간에 연금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씨는 "은퇴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알게 돼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실버마켓'을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향후 은퇴금융 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에 빠진 은행들이 실버마켓을 하나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2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 의약품, 여가,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국내 실버마켓 규모는 2010년 33조2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125조원으로 10년 새 3.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금융사들에게도 비즈니스의 기회다. 주요 은행들은 새로운 은퇴 영업 브랜드를 만들거나 은퇴 후 자금수요를 겨냥한 금융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은퇴설계 브랜드인 '신한미래설계'를 발표하고, 은퇴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위해 거점점포에 미래설계센터를 열고 전문가들을 배치했다. 기존은퇴 서비스가 주로 연금상품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해줬다면, 앞으로는 은퇴자금을 준비하고 모자라는 자금은 불리고, 은퇴 생활비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은퇴생활비 전용 통장인 '미래설계통장'도 함께 출시했다. 이 통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흩어져 있는 은퇴소득을 하나로 모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은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은퇴 후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가꿔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행복디자인'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건강, 취미·여가, 인간관계 등 비재무 주제로 '행복브리즈'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행복 디자인'은 퇴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도 제공한다. 행복연금통장은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모든 연금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연금수급자 전용통장이다. 4대 공적연금 수령자 또는 하나은행에서 가입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수령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부터 45세 이상 고객을 위한 '해피니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해피니어는 '행복한'(Happy)과 '시니어'(Senior)의 합성어다. 이 서비스는 해피니어설계 시스템 구축을 통한 맞춤형 노후설계 컨설팅과 4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금융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0세 시대에는 은퇴준비 단계부터 은퇴기간까지의 각 단계별로 적합한 은퇴준비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그 중에서도 연금상품 라인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다양한 연금상품 개발과 퇴직연금, 은퇴상품 등을 혼합해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