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의 그림자만 쫓고 있다.
유씨가 최근까지 전남 순천 소재 송치재휴게소 인근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순천 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혔지만 여전히 유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미 추적을 피해 순천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3~4일간 검찰과 경찰은 유씨가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잠시 머물렀던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별장을 중심으로 반경 20㎞ 내 20여 개 지점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집중 검문·검색을 벌였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순천 톨게이트를 지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이 이번에도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에 은신했던 유씨를 놓친 바 있다. 25일에는 별장을 급습했지만 유씨와 도피생활을 함께 했던 구원파 신도 신모(33·여)씨를 체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는 체포 이후에도 진술을 거부하거나 영어로 답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의 예상 도주 경로가 발각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또 27일 전남 보성에서 구원파 신도인 60대 여성 김모씨가 범인도피 혐의로 추가 체포되면서 유씨의 도피를 돕는 구원파 신도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특히 구원파가 "10만 성도들을 전부 내줘도 유 전 회장은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