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열연한 조진웅
조진웅(37)은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칸 초청작 '끝까지 간다'를 내놓자 마자 올 여름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회오리바다' 등의 대작을 줄줄이 선보인다. 고된 일정 속에서도 여전히 듬직한 체구를 자랑하는 그는 "술 힘으로 버텼다"면서 웃었다.
◆ 재미있어서 출연한 '끝까지 간다'
개봉 전 흥행이 어려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극찬을 받으며 관객몰이 중인 '끝까지 간다'에 대해 조진웅은 "조마조마 했는데 평이 좋아 다행"이라고 말문을 텄다.
영화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에 실수로 저지른 뺑소니 교통사고를 은폐하려는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정체불명 목격자의 등장으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자 위기에 몰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조진웅은 극중 목격자인 박창민 역할을 맡았다.
비록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존재감은 강렬했다. 조진웅은 비리 경찰마저 살 떨리게 하는 살벌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이선균과 몸이 엉켜가며 처절하게(?) 치고 받는 액션신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재미에요. 그 다음으로 내 캐릭터가 어떻게 숨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면 감독을 만나고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냐고 물어요.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는 물론 작업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많은 의견을 나누며 작업했죠.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케미가 너무 좋았다. 형을 한 명 얻은 것 같다"면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기 바빴다. "사람들이 까칠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사람 못 챙겨서 안달인 사람이다. 당시 결혼을 앞둔 내게 조언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그런 이선균을 사정 없이 때리는 액션신을 찍을 때 심경이 어땠느냐고 묻자 그 때가 생각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육중한 몸의 내가 워커를 신고 발로 차니 얼마나 아팠겠어요. 그런데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엔 못 참겠던지 때린 데만 때리지 말고 다른 곳을 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 '군도' '명량' 등 차기작 줄줄이 대기
정작 '끝까지 간다'를 찍을 시기에 액션신보다 힘들었던 건 따로 있었다. 조진웅은 "'명량'과 촬영 시기가 겹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가발에 얽힌 웃지 못할 일화를 털어놨다.
"'명량'에서 일본 장수 역을 맡아서 머리를 밀어야 했어요. '끝까지 간다' 촬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발을 맞춰야 했죠. 가발을 핀으로 머리에 고정시키고 촬영을 하는데 그 때마다 누가 제 머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너무 아프더라고요. 두 시간이 지나면 혈압이 치솟는 것 같았어요."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자 "여러 작품의 촬영이 한꺼번에 몰릴 줄 몰랐다. 버티기 위해서 열심히 술을 마셨다. 맨 정신에는 해결 못 한다"고 겸손하게 손사레를 쳤다. 그러나 이내 "실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술 자리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찍은 영화를 이제 선보일 일만 남았지만 한 숨 돌릴 타이밍은 아니다. 또 다른 차기작 '허삼관 매혈기' '우리는 형제입니다' 출연을 결정해 남은 올해도 바쁘게 보낼 전망이다.
그러나 조진웅은 다작을 해도 자신의 얼굴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원하지 않았다. "연극배우 시절에 과한 분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관객이 공연을 보고 돌아가면서 저를 못 알아보더라고요. 지금도 배우들과 함께 걸어가면 잘 몰라 봐요. 그런데 이게 좋은 것 같아요. 전 광대가 되고 싶거든요. 제가 말하는 광대는 삶 속으로 들어가는 광대죠."
사진/김민주(라운드테이블)·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