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맡겨도 세금떼면 남는 거 없는데…
저금리 기조 수시입출식 예금상품 '각광'
부동자금 요구불예금·MMDA으로 몰려
시중 부동자금이 수시입출금과 지급결제 기능에 예금자 보호까지 더한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 요구불예금의 3월 평균잔액은 12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110조2000억원)보다 16조4000억원(14.9%) 늘었다. 같은 기간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MMDA)도 316조2000억원에서 338조5000억원으로 22조3000억원(7.1%) 증가했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자금을 언제라도 쉽게 넣고 뺄 수 있고, 각종 대금 납부 등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점이다.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반면 같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이라도 지급결제 기능이 없고,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머니마켓펀드(MMF)는 같은 기간 3조4000억원(-6.1%), 수시입출금 특정금전신탁(MMT)은 7조원(-13.0%)이 줄었다.
종합자산관리계정(CMA)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간 평균잔고(38조1000억원)에 큰 변화가 없었다. CMA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지급결제가 되지만, 전체 잔고의 5.5% 가량인 종금형을 제외하고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요구불예금이나 MMDA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증가세는 저금리 기조로 자금을 굴릴 수익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으로 수시입출식 통장에 예치하는 자금이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식 예금상품이 등장하면서 자금 이동을 더욱 촉발시켰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산업은행,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잔액 요건을 갖출 경우 연 2%대 금리를 적용하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별 잔액 중 300만원 초과분에 연 2.4%의 이율을 적용하는 '마이심플통장'(SC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출시 후 누적 수신액이 3조9000억원으로 늘었고, 일별 잔액에 따라 최고 2.5%를 적용하는 '참 착한 통장'(한국씨티은행)에는 지난 3월말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1조원이 모였다.
이에 반해 자금을 만기까지 은행에 묶어둬야 하는 정기 예·적금(만기 2년 미만)은 3월 기준 평균잔액이 876조4000억원으로 1년 전(876조6000억원)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