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판매망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휴대폰 판매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연합
中企 적합업종 '착한규제 VS 나쁜규제'논란
대기업 "실패의 길 걸을 것"…사실상 폐지론 들고 나와
중소기업,"불공정되지 않도록 저지"…제도흔들기 주장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놓고 대기업계와 중소기업계간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업종 확장이 제한된다.
지난 2011년 100여개 품목이 지정된 바 있고, 지난해 말 1차 기한이 종료돼 정부는 올해 새롭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재지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계가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틈타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이 나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계가 '착한 규제'에 대해 흔들기에 나서는 상황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 무슨 내용 담았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3년간 시행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결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개선안을 마련했다.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만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적합업종 적용기간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했다. 현재 적합업종 합의기간은 3년이며, 1회에 한해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동반위는 개선안을 통해 연장기간까지 6년의 적용기간이 지난 품목은 재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외국계기업과 중견기업 등은 일반 국내 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되 대·중소기업간 합의시 차등하게 적용키로 해 혼란을 없앴다.
제도 운영단계도 개선했다. 신청 접수 단계에서는 신청단체의 업종 대표성과 신청사유의 명확성 여부를 추가로 평가하기로 했다. 특히 합의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보호의 타당성 △대기업 제품과 직접 경쟁여부 △대기업 경쟁압박의 유의미성 △부정적 효과의 방지 등 평가기준을 적용해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합의 및 조정협의 단계에서는 △충분한 조정협의 기간 부여(6개월) △중소기업 자구노력과 대기업 준수사항의 구체적인 명시 △업종별 상황과 특성에 맞춘 탄력적인 권고조치 등 업계 간 자율협약을 통한 동반성장을 유도할 방침이다.
사후관리도 권고사항 변경·조기해제·기간조정 등 재심의 절차를 도입하고, '소비자평가단'을 구성해 권고 역할을 부여하는 등 감시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의견차 커
대기업계는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 및 제도개선에 관한 의견'을 냈다. 의견서에는 제도도입 취지가'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있는 만큼 지정기간 중 중소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저하된 품목은 재지정 해제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역수지 등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품목 △소비자외면으로 시장이 축소된 품목 등도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경제적 폐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재지정 해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2011년 적합업종 신청당시 중소기업 대표자격에 문제가 있었던 품목도 재지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특히 투명성을 강조하며 동반위와 중소기업계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전경련은 "동반위가 적합업종 지정 적합성에 관한 시장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장실태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제기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이 동반위에게 제출하는 경쟁력 강화계획과 연도별 이행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적합업종 제도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매년 발표되는'대기업 권고사항 이행실적'과 같이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이행실적도 매년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전경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처럼 처음부터 선을 긋고 중소기업 진입만을 허용하는 방식은 과거 고유 업종제도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것과 같이 실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사실상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대기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중소기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작년 말부터 적합업종 제도를 흔들기 위해 대기업계가 여러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사전에 적합업종 제외 품목을 선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또 △대기업의 해제 신청이 없을 경우 적합업종 자동 연장 △대·중소기업간 '상시 협의체' 구성 △대기업의 권고 위반시 규제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요구했다.
상공인연합회도 "대기업이 적합업종 제도의 성과보다 잘못만 들춰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동반위의 가이드라인 확정 과정에서 불공정한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