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국인 기관투자자로 위장한 한국인 투자자의 불법 증권거래 감시를 강화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금감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 3만8437명 가운데 조세회피지역에 설립된 법인 소속은 7626명으로 전체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식보유액 기준으로 전체 424조2000억원의 11%인 4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세회피지역 투자자가 모두 위장 외국인은 아니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이 중 상당수는 절세 등의 목적으로 조세회피지역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례이므로 이들 모두를 위장 외국인 투자자로 볼 수 없다"며 ""위장 외국인은 조세회피지역이 상대적으로 설립 절차가 간단하고 법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을 노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위장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국적을 가진 개인이 외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면 자본시장 법령상 외국인으로 간주되는 점을 악용해, 조세회피법인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외국 법인투자자인 것처럼 속여 국내 증권시장에서 거래하는 자를 말한다.
위장 외국인은 국내 증권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 법규를 어기거나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견돼 문제시된다.
이들은 다수의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증권을 분산 보유함으로써 자본시장법상 대량 보유나 변동 보고 의무를 회피한다.
또 기관투자자가 청약증거금 면제 등 개인에 비해 거래 여건이 월등히 유리한 점을 악용해 기업공개(IPO)시 해외 법인 명의로 참여해 이득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투자자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를 추종한다는 점을 악용한 시세조종행위나 부정거래행위도 곧잘 저지른다.
국내 기업 관계자가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하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취득이 가능하다.
가령 국내 기업의 대표이사 A씨는 부도 직전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워 수십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또 다른 기업의 대표 B씨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역외펀드에 자금을 송금해 수천 번의 허수 주문과 고가매수 주문을 내 자사 주식의 시세를 끌어올리는 수법을 썼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거나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수출입 거래를 조작하거나 증권 불공정거래, 탈세 등을 통해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자금을 은닉하는 수법도 쓴다.
금감원은 위장 외국인의 거래 패턴상 특징으로 ▲잦은 매매를 반복 ▲소위 '몰빵 투자'를 통한 고위험·고수익 추구 ▲동일 종목을 매매 없이 장기간 보유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위장 외국인 혐의그룹을 추출할 수 있는 내부모형을 개발하고 와치리스트(Watch List)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금감원의 증권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공시감독업무, 외환감독업무 등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장 외국인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의 형성을 저해하고 올바른 정책수립 및 감독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투자등록 단계에서부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법규 개정 필요성을 금융위원회와 협의·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