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부드럽고 섬세한 음악으로 돌아왔다.
R&B의 여왕 거미(33)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미니 2집앨범 '사랑했으니..됐어'로 4년 만에 컴백했다. 타이틀곡 '사랑했으니..됐어'에 담긴 '헤어짐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걸' '그러려니 끄덕거릴 그런 일일뿐이야'라는 애절한 노랫말이 귓가를 맴돈다.
◆ 강렬함보다 감성발라드
2003년 1집 '라이크 뎀'으로 데뷔해 '눈꽃' '죽어도 사랑해' '그대라서' '미안해요'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그대 돌아오면' 등의 히트곡을 만든 거미는 강렬하면서 보이시한 매력의 소유자로 인식돼 왔다. 그의 노래에서 묻어나는 애절함과 노랫말이 겹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곡 '사랑했으니… 됐어'는 부드러운 도입부를 거쳐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해지는 멜로디와 가창력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다소 무거운 R&B표 발라드를 절제하고 감성발라드를 담았다.
"실제 밝고 여성스러운 성격이지만 표현 방식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앨범을 준비하면서 욕심이나 부담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세월이 흐른 만큼 성장했고 제 자신과 대중 모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진실성이 담긴 음악을 하고싶은 마음도 컸죠.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어요."
그의 바람은 통했다. 미니 앨범 음원 공개 후 수록곡 6곡 모두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대중과 아티스트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특히 앨범이 공개됐을 때 '거미 실망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라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줘서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
이번 앨범에는 거미의 자작곡 '놀러가자'와 '사랑해주세요'이 수록됐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과거에도 앨범에 자작곡을 많이 실었다. 다만 조명되지 않았을 뿐이다"며 "작사 작곡은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하고 싶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잘하면 되고 곡을 쓰는 사람은 곡을 잘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작곡 '사랑해주세요'는 축가를 위해 쓴 노래이기도 하다. 당초 '사랑해주세요'는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을 담은 슬픈 가사의 곡이었다. 이런 곡이 사랑 이야기로 바뀐 데에는 '축가'가 한 몫 했다. 거미는 "평소에 축가 부탁이 많이 들어오지만 항상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해야 했다"며 "그래서 결심한 것이 내 곡으로 축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적이고 사랑하는 노래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새 둥지 다양한 변화 예고
2001년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를 만나 가수생활을 시작한 거미는 지난 2013년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소속 아티스트가 배우라는 점에서 궁금증이 커졌다. 씨제스에는 배우 이정재와 설경구, 강혜정, 최민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가수 영입은 JYJ이후 거미가 두번째다.
"가수 이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바로 연기에요. 연기와 노래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죠. 현재 소속사에 연기파 배우분들이 많아서 섣불리 도전할 수 없지만 준비가 되면 기회가 찾아보면 꼭 해보고 싶죠.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연아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이뿐만이 아니다. 거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어쿠스틱 콘서트도 준비중이다.
오랜만에 국내 활동에 나선 거미는 "가장 단출하게 밴드를 구성해 공연을 하려고 준비중이다"며 "그렇다고 2시간 동안 발라드만 부르는 건 아니다.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