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자진 사퇴 압력에도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가고자 하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문창극 불가론'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 후보자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밤사이에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화가 없다. 오늘 하루도 제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퇴 압박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있다. 정홍원 총리가 경제문제를 답변하는데 저도 공부를 해야 될 것 아니겠는가. 정 총리 답변하는 것을 열심히 보면서 저도 한번 배우겠다"며 당당히 말해 취재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당 내의 기류는 '사퇴 불가피론' 쪽으로 더욱 굳어졌다. 전날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 후 재가를 검토하겠다"는 표현은 문 후보자 카드를 계속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음 달 '미니 총선' 규모로 치러지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문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최근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의 위기감도 작용했다.
청와대도 곡혹스러워졌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가 낙마할 가능성이 높아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후보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한 친박 핵심인사는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불가쪽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본다"며 "거의 끝난 것 아니냐.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