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하여' 이민기, 욕망에 대해 말하다
배우 이민기(29)는 올해 개봉한 영화 '몬스터'와 '황제를 위하여'에서 줄곧 강인한 모습을 보여오고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혹평의 쓴 맛을 봤다. '황제를 위하여'는 장르는 액션 느와르지만 관객들 사이에선 베드신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과 배우로서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욕망에 대하여
'황제를 위하여'는 승부 조작에 연루됐던 야구선수 이환(이민기)이 부산의 조직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한 남자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술집 마담 연수(이태임)와의 베드신이 화제에 오른 것에 대해 이민기는 "베드신 자체는 부담스럽진 않았다"고 말했다.
"오직 베드신만을 위한 영화였다면 부담됐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환이의 욕망의 대상일 뿐이죠. 환이가 쟁취하고자 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 연수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힘들진 않았어요. 베드신이 어떤 의미인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태임이 와도 차분하게 촬영하려 했어요."
'황제를 위하여'에 관객들은 대부분 '너무 자극적이고 세다'는 반응을 보였고 함께 출연한 박성웅의 전작 '신세계'와도 비교했다.
"이 영화는 느와르인데 댓글 중에 '방향을 똑바로 해라, 느와르냐 에로냐'는 것도 봤어요. '신세계'가 스토리 위주의 느와르라면 '황제를 위하여'는 감정과 이미지로 그려진 영화예요. 질감 자체가 달라요."
느와르 영화에는 남자 주인공을 파멸로 몰고 가는 '팜프파탈' 캐릭터가 필요하지만 연수는 그렇지 못했다.
"만약 환이가 연수를 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겠죠. 원래 시나리오엔 연수와의 애정이 제대로 드러나 있어요. 하지만 영화의 색을 확실하게 끌고 가기 위해 수정이 된 거죠. 연수가 환이에게 진짜 사랑이라면 굳이 베드신이 필요 없어도 됐어요. 그런 장면 없이도 사랑은 충분히 표현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욕망과 그 끝의 허망함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데뷔 이후 이민기는 줄곧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에 출연해왔다. 또 다른 장르에 출연해도 반드시 상대 여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선보인 '몬스터'와 '황제를 위하여'는 확실히 이민기의 전작과는 다른 빛깔을 띄고 있다.
"제가 지금 스물 한, 두 살 이었다면 이런 역할이 오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서른이 됐으니까 이런 역할을 해야지'한 건 절대 아녜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온 것 같아요. 차기작 '내 심장을 쏴라'에서 맡은 승민이 캐릭터는 환이와는 또 다르죠. 작품 자체가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요."
서른이면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민기의 필모그래피는 꽤 풍부하다.
"가장 애정하는(아끼는) 캐릭터는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주병희예요. 준비할 땐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찍었거든요. 한 달 밤을 꼬박 샜는데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가장 고마운 캐릭터도 있을 터.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진 '태릉선수촌'의 힘이 가장 컸어요. 그 때 모델일 하다가 연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스스로에게 '인생을 걸고 연기해봐라'고 말했어요. 그 전까진 구체적으로 생각을 못한 채 오디션에서 덜컥 합격해서 연기를 했거든요.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어안이 벙벙한 채 연기를 한 거죠. 일일연속극 하나 마치고 '태릉선수촌'을 하면서 연기라는 게 정말 대단하고 신기하다고 처음 느꼈어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죠."
연기에 인생을 걸었다는 그는 "SNS나 예능을 잘 안하는 이유는 날 것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다. 이민기의 모습은 연기로서, 역할로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 그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김민주(라운드테이블)·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