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이 연내 분할 매각을 목표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장기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으려는 금융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제96차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받은 후 우리은행을 연내 분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은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으로 변경되며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합병해 예보가 보유하게 될 우리은행 지분 전량인 56.97%는 매각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3차례 매각 시도를 했지만 투자자 부족 등으로 모두 실패했던 터라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소수지분 동시분리 입찰
이날 발표된 민영화 추진 방안의 핵심은 경영권과 소수지분을 분리·병행하는 '더블트랙(동시분리입찰)'이다.
공자위는 다음 달 우리금융을 우리은행에 합치는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26.97%)의 분리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분리입찰을 시작한다.
특히 이번 방안에서는 소수지분 투자자들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콜옵션(call option)을 '당근'으로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소수지분을 위한 개별 입찰은 지분의 0.5%에서 10%까지 할 수 있는데 이때 낙찰받는 1주당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0.5주의 콜옵션이 부여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하면 콜옵션을 행사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면 되고 주가가 하락하면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더블트랙 방식, 콜옵션 등 새로 시도되는 방식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간다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유효경쟁이 관건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를 상대로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우리은행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분 30% 매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이번 매각은 '팥소 없는 찐빵'이 된다. 단순히 과거 여러 차례 이뤄진 '블록딜(주식 대량 분산매각)'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 매각은 소수 지분 매각보다 조금 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소수 지분 매각과 함께 오는 9월 매각 공고가 이뤄지고 예비입찰(10~11월), 본입찰(내년 1~2월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나 새 주인이 정해진다.
현재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유일한 경영권 도전자로 꼽히고 있다. 이는 2곳 이상의 입찰자가 나와 경쟁입찰이 성립되는 국가계약법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MBK파트너스 등 일부 사모펀드의 참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은행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인 없는 민영화'를 바라는 우리은행의 반발도 풀어야 할 난제다. 노조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 때처럼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금융권 지각변동 불가피
올해 금융시장 최대 이슈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일단 큰 가닥을 잡으면서 금융권 전체의 인수합볍 발걸음도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을 손에 넣은 농협금융지주는 이달 말까지 인수 작업 마무리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역시 LIG손해보험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함께 BS금융과 JB금융도 각각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아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