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쓸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은 최소 30년, 최대 200년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2100년께 100세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전망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암울한 내일을 전하는 스토리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전망은 어떤 근거와 방법으로 도출되는 것일까. 사실 간단하다. 컴퓨터에 다양한 변수를 입력한 뒤 이를 수차례 반복 계산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 가동 횟수를 늘릴수록 해당 자료의 정확성은 높아진다고 한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알제리전이 끝난 뒤 수많은 축구팬들이 경기 결과를 예측했던 다양한 기사와 보도를 원망했다.
다양한 곳에서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의 승리를 점쳤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선수의 능력치와 컨디션, 구장의 상황과 날씨까지 변수로 등록했다며 정확성을 떠들어댔던 축구 온라인 게임 관련 기업들은 '과거 예측 정확성'을 강조하며 이번에도 들어맞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웬걸? 한국의 2-1, 1-0 승리는 꿈이었고 현실은 2-4 완패였다. 단순히 시뮬레이션을 수퍼컴퓨터로 하지 않아서였을까.(하긴, 수퍼컴퓨터로 돌리는 한국 기상청의 날씨 예측 결과를 보면…)
혹시 우리는 시뮬레이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즉 컴퓨터가 계산할 수 없는 변수를 너무 쉽게 무시한 게 아닐까.
2분 간격으로 두 골을 연속으로 먹었을 때의 패닉 상태, 골키퍼의 예상치 못한 실수, 감독의 객관성을 잃은 선수 발탁 등은 컴퓨터를 돌릴 때 전혀 입력되지 않은 변수다.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오판을 하거나 이성을 잃을 수 있는 데 이런 요인은 시뮬레이션을 수백만 번 돌려도 반영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는 측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4년 만에 열리는 빅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매출도 덩달아 올라가는 이들의 마음가짐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가 무승부로 나왔더라도 한국이 아슬아슬하게 이긴다고 해야 분위기도 좋아지고 소비자들도 관련 제품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27일 오전 5시에 열리는 벨기에전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직도 궁금한가?
'인간이 100살 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100살 넘게 살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냉엄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컴퓨터, 정확히는 데이터 입력자의 어설픈 전망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