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핵심과제로 삼은 규제개혁의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을 위해 민관 합동 '끝장 토론'까지 벌였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4.16 세월호 참사'에 가려진채 추진력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연말까지 규제 10%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1만 5308개였던 규제 건수가 규제개혁 끝장 토론 후 오히려 2건이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규제개혁, 창조경제, 공공혁신 등 경제 살리기 위한 핵심 이슈를 국민들에게 잘 알렸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집행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예정대로 규제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했다면 최소한 전체의 2~3%에 해당되는 300~400건 정도는 줄였어야 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오히려 역주행 할지도 모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가개조의 핵심인 '관 피아'척결도 인적청산과 함께 규제개혁이 뒷받침 돼야 보다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면서 '관 피아'를 키워 왔기 때문이다.
지금 각국은 규제개혁을 경쟁이나 하듯 혈안이 되어 있다. 영국은 '규제 총량제'를 도입해 'One-in, Two-out'로 하나를 늘리면 두 개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늘어나는 정부의 규제가 기업부담이 커지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지난 2006년부터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오다 2011년부터는 아예 규제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규제여부가 불투명한 사항을 확인해주는 '그레이스 존 해소제도'까지 만들어 기업을 돕고 있다. 이는 "애매할 경우 허용해준다"는 정책이다. 호주의 경우, 지난 3월 26일 불필요한 1000여개 법안과 관련된 행정규제 9500개를 없앴다. 더욱이 연간 의회회기 이틀을 '규제폐지의 날'로 정해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로 안전 분야는 규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지만 환경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특단의 혁파가 요구된다. 지금 정홍원 국무총리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한지 60일 만에 유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지만 정부는 국가개조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고 그 가운데 경제혁신의 핵심과제인 규제개혁을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