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는 빨리가기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두 줄로 서서 안전하게 이용하세요" 지하철 이용자들에게는 10년 가까이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안내문구다. 그러나 '두 줄 서기'의 호응도가 높아지기는커녕 영 신통치 않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아무리 동참을 호소해도 외면받기 일쑤다. 특히 출퇴근시간의 경우 '두 줄 서기'보다는 '외 줄 서기'가 지하철 문화의 대세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 '두줄서기'가 버림받는 이유는 뭘까?
불편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서울메트로등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라는 취지에서 '두줄서기 운동'을 펴고 있다. 켐페인을 벌이고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나 반응은 언제나 시큰둥하다. 에스컬레이터 한줄은 서고 한줄은 이동하도록 공간을 확보해놓아야하는데 두 줄 모두 봉쇄(?)돼 있으면 빨리 갈수없어 시간지체가 불가피하다는 것.
두줄서기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려해도 다른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워 엉거주춤 한줄서기 행렬로 옮겨간 경험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있다. 한쪽 공간을 막고 버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말자는 배려에 우선권이 주어진 결과다.
그렇다면 안전보다는 남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는 '한 줄 서기'를 그냥 방관해야만하는가. 더 이상 이런 엉거주춤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보다는 결론을 냈으면 한다.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도모하기위해 '두 줄 서기'가 필요하다면 대대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정착되도록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한 줄 서기'로 인한 역주행이라든지 급정지등의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설득하고 불가피성을 알려야한다. 특히 세월호 사건이후 안전에 관한한은 예외없이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는 마당에 하루 700만명이상이 이용한다는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위험운행을 강행하고 있다면 말이 안된다고 본다.
안전이 보장되려면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서울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서 있으면 평균 약 40초,올라가면 약 20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과거 강원도 오지 커브길에서 자주 보았던 "5분 빨리가려다 50년 빨리간다"는 교통 표지판이 생각난다. '20초의 빠름'에 집착하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길지 않은가.
이충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