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지환(37)은 KBS2 월화극 '빅맨'으로 작품을 보는 안목과 흥행력을 두루 갖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룹 대표로 성장한 양아치 김지혁 역을 맡았다. 작품은 지난 17일 자체 최고 시청률(12.6%)로 종영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닥터 이방인'(10.8%)을 처음으로 앞섰다. '빅맨'은 우리 시대 리더상을 보여주며 호평 받았다. 그는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이라도 주겠죠"라며 인터뷰 내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 유종의 미 거둔 '빅맨'
"전작 시청률이 안 좋아서 2~3배만 올라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기황후' 때문에 엄두가 안 났죠. 그래도 '닥터 이방인'과 '밀회' 등의 희생양이 되는 건 배우로서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아름답게 마무리해서 좋아요."
강지환은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며 "어떻게 하면 대기업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서러운 상황에 처해도 천방지축 캐릭터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김지혁 역을 소화하기 위해 염두한 점을 말했다.
'빅맨'은 김지혁이 소미라(이다희)와 함께 현성그룹 옥상에 올라가 '괴물인 줄 알았던 이곳 정상에 올라오니 그냥 건물에 불과한 거였다'라는 대사로 마무리됐다.
"최적의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강렬한 한방을 위해 내용이 이상하게 전개됐으면 외면 받았을 거에요. 그리고 옥상에서의 키스 장면은 예정에 없었어요. 항상 준비하는 가글과 껌이 없어서 걱정한 기억밖에 없어요. (웃음) 마지막 대사로 거대한 외형만 보고 겁먹지 말고 '일단 겪어보자'는 교훈을 얻었죠."
◆ 팬 바보인 이유는?
강지환은 2002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그는 "주인공에 주목하는 게 당연한데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는 연기를 봐주는 관객이 없었다"고 12년 전을 회상했다.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좋았어요. 온몸에 그림을 그려서 튀어 보려고 했죠. 그때 처음 팬 두 명이 생겼어요.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저를 보려고 왔죠. 여섯 명까지 인원이 늘었어요. 신기한 게 팬의 눈빛이 느껴지더라고요. 평소에 잘 되지 않던 점프나 고음도 힘이 나서 했어요. 팬 카페가 처음 개설됐고 활동 중간에 소속사 문제 등으로 힘들었을 때도 큰 힘이 됐죠."
그러나 그는 팬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팬을 옭아매진 않아요. 빅뱅이든 동방신기든 상관없이 좋아하라고 하죠. 작품 나오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요. 창단 멤버들은 시집가면서 떠났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있어요. 특히 기자가 돼서 인터뷰하는 게 꿈이라는 팬을 만난 적이 있어요. 제 기사를 별로 안 쓰는 거 같지만 굉장히 반갑죠. (웃음)"
◆ 디자인 전공 연기자, 원톱으로 자리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다"며 "대부분의 배우들과 다른 길을 걸었기에 차별화될 수 있었다"고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보였다.
"회사원으로 1년 정도 생활했어요. 배우는 군대 말년 때 별을 보면서 다짐했죠. 서른 살까지 배우가 안 됐으면 지금 장사를 하고 있을 거에요. 다행히 스물아홉 살에 MBC '굳세어라 금순아'로 데뷔했죠."
올해로 데뷔 12년 차 배우가 된 그는 "이젠 노하우가 생겨 커닝이 가능하다"며 "예전엔 쪽대본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편집 지점을 알다 보니 '당황하지 않고 빡!' 해낸다"고 말했다.
'빅맨'에선 원톱 배우로 존재감을 보였다. "'돈의 화신'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라면 '빅맨'은 첫 골을 넣은 작품이에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연기를 잘 하려고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