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건강한 작품 만났다"
한국 영화 발전 지원나서
정제된 평범함 속에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1984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묵묵히 자신의 연기 인생을 걸어온 배우 조재현(49)이다. 그는 드라마 '뉴하트' '피아노', 영화 '나쁜남자' '한반도' '천년학' '역린' 등에 출연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명품 배우로 거듭났다. 여기에 최근 종영한 '정도전'에서는 첫 정통 사극 출연임에도 완벽하게 캐릭터를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 정도전 새로운 경험
조재현에게 '정도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조재현이 정통 사극에 첫 출연했다는 것과 유동근, 임호, 서인석, 박영규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매회 긴장감 넘치는 연기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다. 덕분에(?) 그는 드라마 출연 후 처음으로 종영과 함께 병원을 신세를 졌다.
조재현은 "정도전이라는 인물자체가 한 길만 달려가는 사람이라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것 같다"며 "대사 압박도 있고 드라마를 촬영하는 8개월 동안 매번 긴장 상태였는데, 토요일 새벽에 촬영이 끝나서 49회를 집에서 볼 때는 웬일로 긴장을 안 했다. 그게 이상하더라. 그러고 나니 다음 날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말했다.
또 현대물과 사극 대사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존재했다. 그는 "이성계는 감정적인 말을 많이 하고, 정몽주도 감정을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반면 정도전은 늘 대업이 중심이 된 인물이라 대사가 구어체가 아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은 시청률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도전' 최종회는 전국기준 1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전적으로 '높은 작품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처럼 건강한 작품이 나왔다. 드라마가 시청률만 쫓지 않았다"며 "'정도전'은 교육적이고 건강하고 유익한 드라마였다.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는데 '정도전'은 달랐다"고 밝혔다.
◆ '실천하는 삶' 쉼없는 진화
배우 조재현의 삶을 보고 있으면 "지치지 않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연극, 독립영화 등에 출연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왜 저렇게 힘든 길을 선택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정도다.
그는 "돌이켜보면 정도전의 삶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바로 실천하는 삶이다"며 "12년 전 세웠던 목표 10가지 중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다 이뤘다. 앞으로 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진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남은 목표는 예술영화 활성화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이다. 바로 한국 영화 발전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붙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작품은 예술 영화 '연꽃버스'를 선택했다. 프랑스에서 두 달간 머물며 촬영이 진행되는데 독립영화라 돈 보다는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며 "상업영화와 달리 예술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고있다. 최소한의 제작환경으로 돌아가 또 다른 연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빠 조재현 "피눈물 두 번"
조재현은 대중에게 연기잘하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지만 그도 아내와 아들,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자녀 교육관에 대한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이내 "본인이 선택한 길을 지지하고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들과 딸 때문에 두 번 피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조재현은 딸 조혜정이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연극 무대부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추천했다. 연극을 시작한 조혜정은 혹독한 훈련을 감수해야 했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조재현은 "병원에 갔더니 딸 손목 인대가 늘어나 있더라 딸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쇼트트랙 선수인 아들 조수훈은 뒤늦게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으며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고 현재 상무팀에 소속돼 있다.
그는 "어린시절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과 달리 수훈이는 중학교 때 처음 접했다.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키는 코치를 만났다. 어느날 집에 왔는데 아내가 울고 있었다"며 "아들이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마음은 아팠지만 '믿고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참았다"고 말했다.
·사진/한준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