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개인투자자 전체 97%…2700억대 피해 예상
금융권 "유동성 위기 달라 대거 손실사태 없을 것"
동부증권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부그룹 회사채의 절반 이상을 시중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2의 동양사태 악몽이 되살아났다.
금융당국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동부와 동양의 유동성 위기 성격이 다르며 동부는 발빠르게 개인투자자 손실 방지에 나서 동양과 같은 대거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1만1408명, 2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97.3%에 달하는 규모다.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의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전체의 99%에 달하는 2만7981명에 달했던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은 동부가 제2의 동양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먼저 동부제철 채권단이 오는 7일 자율협약을 시행하면서 개인투자자의 회사채 보유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 회사채에 대해 채권단이 차환이나 상환 방식으로 지원하게 되므로 개인투자자가 동양과 같은 원금손실 등의 피해를 입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동양의 경우 채권단 관리를 회피하려고 금융권 대출보다 고금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탓에 채권단 관리가 적용될 수 없었다.
그러나 동부는 금융권 대출과 회사채 위주이므로 채권단 관리를 통한 자금 조달이 보다 수월하다.
금융당국도 이런 인식을 피력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3일 "동부그룹 5개 계열사 회사채의 일반투자자 규모를 고려할 때 동양과 달리 시장성 채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단 구조조정시 오너 경영권 '위태'
대신 동부는 채권단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사를 거쳐 오는 9월 동부제철의 차등감자를 적용하면 오너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 감자비율을 다르게 하므로 김준기 그룹회장 등 대주주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줄줄이 투기등급으로 신용이 강등된 동부 계열사들은 자체적인 자금 조달줄이 막힌 상태다. 그만큼 채권단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채권단 지원을 받으면 다음 달까지 2개월간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의 회사채 1100억원에 대한 차환 발행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경영권을 둘러싼 동부 측과 채권단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잡음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이 담보로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다.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는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부장으로 14.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오너일가와 관계자 지분은 총 31.3% 규모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을 놓고 압박을 가한다.
동부 측 관계자는 "동부화재는 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회사로 제조업 계열사와 엄연히 분리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한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 담보 제공을 거절한 바 있으며 이는 그룹 금융계열사 경영권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이라며 "향후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동부화재 경영권을 둘러싼 채권단과 그룹의 갈등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