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권고도 무시…이중계약·무권대리행위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 15개 결혼중개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조치를 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해당 업체 중 한 곳이 시정된 약관을 악용해 아직도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정부기관을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해당 사항에 대해 시정을 촉구했지만 이 또한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받고 있다.
6일 한국소비자원과 민원인등에 따르면 결혼중개를 하는 J업체는 지난 6월 5일 공정위의 약관 심사 과정에서 ▲환불 불가 또는 과다한 위약금 ▲교제시 환불불가 등 회원가입 계약서 내용 가운데 불공정 약관 조항이 드러나 자진 시정조치 했다고 공정위가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수정 약관 사항인 '만남 서비스 개시 전 계약 해지 시에는 가입비의 20%를, 1회 이상 소개 후 계약 해지 시에는 가입비의 20%×(잔여 횟수/총 횟수)를 위약금으로 배상한다'는 내용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공정위의 약관 심사 과정중인 지난 5월 23일, 김모씨(35)와 가입비 30만원에 성혼 합의 시 사례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별도 지급한다는 가입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김씨는 부친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김씨 명의로 5월 21일 이 업체와 성혼 때까지 만남을 주선한다 내용의 계약을 330만원에 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김씨는 예정됐던 첫번째 만남에 참석하지 않고 5월 30일 해당계약의 해지를 업체 측에 요청하고 가입비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J업체는 김씨와 맺었던 계약내용에 따른 가입비 30만원만 돌려주고 더이상의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10일 소비자원에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했다. 소비자원 측은 해당 사실을 확인 한 김씨의 주장을 받아 들여 J업체에 100% 환불을 권고했다.
그런데도 이 업체는 부가세를 제외한 300만원 가운데 20%의 위약금과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2회 만남 비용을 빼고 88만원만 돌려주겠다고 소비자원에 통보했다. 결국 공정위의 조사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정했던 문구만을 단순 적용한 것이다.
소비자원 측은 "해당 업체에게 권고했지만 강제 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소비자원에는 없다"며 "현행 법 체계에서는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 불만 사항도 업체의 양심있는 책임과 중재안 수용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 온 답변은 상대방이 권고안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며 "환불은 받지 못해도 이중 계약은 물론 무권대리행위까지 한 상태에서 부당·배짱 영업활동을 하는 해당 업체로 인한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는 "자체 법률자문 자문 결과를 소비자원에 통보한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