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가 한국 금융산업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이 합의되면서 이 같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2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경쟁력 악화로 신음하던 국내 금융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중(對中) 의존도 심화로 인한 경제 종속 우려도 만만치 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권은 '위안화 허브' 등을 추진하는 한편 양국 금융사 간 교차 진출과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안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를 활용해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업 기회를 창출하고, 수출입 거래와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위안화 결제 규모 4배 늘어날 듯
지난 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위안화 금융서비스 협력제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합의로 양국은 ▲위안화 청산결제 은행 지정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위안화 적격외국인기관투자(RQFII) 허용 등을 타결하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된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청산·결제란 중국 밖에서 이뤄지는 위안화 거래의 최종 결제와 대금 정산을 의미한다. 청산결제은행은 사실상 중국 인민은행의 역외지점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국내 은행들은 교통은행 서울지점에 위안화 계좌만 개설하면 곧바로 위안화 결제 업무가 가능해진다.
뉴시밍 교통은행 회장은 '인민폐(중국 위안화) 청산업무 간담회·협약식'에서 "현재 700억∼800억 위안인 한국의 위안화 결제 규모가 청산·결제은행 등장으로 3000억 위안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교통은행이 서울의 위안화 역외 직거래 시장 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최상의 위안화 결제 서비스로 한국 금융기관, 기업, 금융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신규 수익모델 기대
국내에 설치되는 원·위안화 간 직거래 시장 역시 새로운 시장의 창출 기회로 꼽힌다.
그간 한·중 양국은 무역거래를 할 경우 중간단계에서 미국의 달러화를 이용해 결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원·위안화 거래 시장으로 매일 시세가 형성되면 해외여행객부터 기업들까지 원·위안화를 직접 거래를 통해 비교적 합리적인 값으로 환전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이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하고 위안화 예금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거래를 확대할 경우 '위안화 허브' 구축과 함께 신규 수익 모델 또한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투자가 제한된 중국 금융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기관투자가(RQFII) 자격 지정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도 중국은행과 위안화 역외 허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MOU를 각각 체결했다.
◆원화 위상 약화 우려도
이번 협약 등에 따른 실제 효과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신용도가 낮아 수요와 거래량이 적을 수 있는 데다 정부나 금융사 등의 역량에 따라 그 효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거나 위안화 환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기에 800억 위안의 RQFII도 중국 금융당국이 개별 투자자들에게 기관별 한도 승인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부상할 경우 역내에서 원화의 상대적 위상 약화 등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따른 국내 위안화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에서도 원화 사용 기회가 확대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