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중인 완성차의 공인연비를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벌인 '힘겨루기'가 결국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무법인 예율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린 차량의 소유자들을 모집,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연비 부당광고 집단 소송' 관련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예율은 소장에서 10년간 추가로 내야 할 기름 값에 위자료를 더해 현대차에는 싼타페 DM R2.0 2WD 운전자에게 1인당 약 150만원씩,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 CX7 4WD 운전자에게 약 250만원씩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구금액은 65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구체적인 대상 차종을 보면, 2012년 5월16일~2014년 6월25일 출고된 현대 싼타페는 150만원, 2012년 1월12일~2013년 12월31일 출고된 코란도 스포츠 CX7 4WD는 250만원이며, 미니 쿠퍼D 컨트리맨 100만원, 지프 그랜드 체로키 2013년형은 300만원, 아우디 A4 2.0 TDI는 65만원, 폭스바겐 티구안은 90만원이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출고기간과 무관하게 접수할 수 있다.
법무법인 예율의 김 웅 대표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피고인 자동차 업체에서 국토부의 행정처분 무효를 입증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행정처분 소멸 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소송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법원에 납부할 인지대는 원고가 30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약 2250만원인데(청구금액의 0.5%), 5일까지 소송참여자의 인지대는 법무법인 예율이 전액 부담했다"면서 "그러나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5일 이후 청구한 참여자는 일부 청구를 하거나, 인지대를 납부할 경우 전액 청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청구란, 소송전략상 소장을 접수할 때는 일부만 청구한 후 소송추이에 따라 청구금액을 늘려갈 때 이용하는 제도다. 소장 접수 시 원고 1인당 1만원만 청구하고, 승소가능성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청구취지를 변경해 청구금액을 늘려갈 예정이라는 게 법무법인 예율의 설명이다.
김 웅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7일까지 모두 1785명이다. 현대차 소유자 1517명을 비롯해 쌍용차 234명, 폭스바겐 18명, 아우디 6명, 크라이슬러 3명, 미니 소유자 7명 등이 소송에 참여했다.
김 웅 변호사는 "이번 연비 과장 사태에 해당되지 않은 소유주들도 많이 참여해 총 신청자가 3000여명에 이른다"면서 "해당되지 않는 차의 소유주들도 연비에 불만을 많이 느끼는 상황이지만, 이번 소송처럼 관련 자료가 나온 차만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 1차 연비 소송에서 패소한 것은 제작사가 '표시 연비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고지한 것 때문이지만, 이번에는 국토부에서 연비가 과장됐다고 공식 결과를 밝힌 만큼 승소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자부가 정한대로 연비 테스트를 했다는 제작사의 설명도 말이 안 된다"면서 "산자부 규정대로 했다면, 오차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작사의 의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했다. 만약 건물을 짓는 경우라면 건축법과 소방법 등 여러 법규가 충돌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산자부와 국토부의 테스트 결과가 다르더라도 이 중 하나라도 오차 범위를 벗어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하자담보의 경우 6개월 이내에 소장을 제출해야 하는데, 6월 26일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이 나왔으므로 오는 12월 24일까지 소송인을 모집할 예정"이라면서 "손해배상과 채무불이행도 함께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제가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에 계류 중"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연비 관련된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장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