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복의 '학교주관구매'가 의무화됨에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교복 값의 덜미가 잡히게 됐다.
교육부는 '학교주관 교복 구매·교복 상한가격제·학교내 교복 디자인 통일'을 골자로 한 교복 가격 안정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중이라며 지난 16일 '교복 업계에 드리는 협조문'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2015년부터 국·공립학교에서는 주관구매가 의무화 된다. 해당 학교의 모든 학생은 참여를 원칙으로 하지만 교복물려입기·교복장터 등을 활용하는 학생에게는 예외를 둘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복 가격도 내년 신입생 기준 동복 한 벌당 약 20만 3000원을 넘지 못하도록 권고했으며 각 시·도교육청이 상한가를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이로써 평균 25만원을 웃돌던 교복 값이 학교의 주관구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경쟁으로 상당 부분 내려갈 전망이다.
◆협동조합 "유통마진 뺀다"
지난 6월 창립총회를 가진 'e착한 학생복' 협동조합은 이미 14만원에서 최대 18만원대의 가격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 조합은 교복생산공장과 소비자(학교·학생)를 바로 잇는 유통구조로 기존 브랜드가 전개하던 방식에서 중간 유통 마진을 빼 이같은 가격을 제안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착한 가격·착한 품질·착한 디자인'이라는 3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학교 방문 수선 서비스도 제공해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며 전국 모든 광역시·도에 영업본부와 직영점·AS점 등 100여개의 점포를 열 예정이다.
김명회 협동조합 본부장은 "대리점 제품 출고가는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권장하는 가격에 맞추려다보면 대리점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중간 마진을 제거하고 교복 값을 낮춰 학교에 직접 납품하고자 대리점을 운영하던 70여명의 점주가 모여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우리와 함께하는 원단·부자재 공장 및 협력업체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명 교복 브랜드에 납품하던 곳이라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기존 브랜드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가격인하 노력하겠다"…품질 우려도
이같은 변화에 관련 업계는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라며 "최대한 상한가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교복 브랜드 업체의 관계자는 "대리점 단위로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다만 교육부가 제시한 상한가에 최대한 맞추거나 그 이하로 가격을 책정해 입찰에 참여하도록 대리점들과 조율 중이며 협의 완료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브랜드를 건 대리점의 입찰 참여는 그리 높지 않다. 아무래도 기존 판매가를 상한가에 맞추려면 손해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업체 한 관계자는 "판매가는 비용과 수주량 등을 고려해 대리점 주가 정하는데 입찰 참여를 위해 전반적으로 가격을 낮추려는 분위기다"라며 "본사에서도 비용·원가 등을 낮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출고가를 조정하는 등의 조치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업체도 보통 3월 이후 대리점에서 수주를 받아 통상 5월 말에는 한창 공장을 돌려야할 시기인데 지금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참여한 업체도 그렇고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부자재나 원단·가공비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통상적인 교복 원가가 있는데 무조건 가격을 내리는 게 품질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해당 산업 전반의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1년 단위 최저가 입찰 방식은 대형업체보다 자금력이 약한 영세 중소업체에게 치명적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동구매 평균가격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상한가 책정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한 소비자는 "가격을 잡을 거라면 공동구매가보다는 더 싸게 책정하는 게 상식"이라며 "결국 공구가가 학교가 맺은 업체의 교복값과 같은 수준이라면 교복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만 없어진 것 아니냐"며 발끈했다.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는 학교의 입찰 공고가 지금도 한창이다. 각 학교가 구매 업체 선정 입찰공고에 작성한 교복 금액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20만원 내외다. 일단, 교복 값이 떨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