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29)는 반전 매력을 지닌 배우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속 깐족거리는 배신의 아이콘을 떠올렸다면 그의 반쪽만 본 셈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의견을 내세우는 편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천천히 또 진중하게 인터뷰를 했다. 개성 있는 얼굴에 대해서도 "나도 내가 좋다. 부끄럽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마음 여린 민수 역을 맡았다. 현태(지성)·인철(주지훈)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인물이다. 이도윤 감독이 이광수의 진짜 성격을 인물에 반영했다고 할 정도다.
◆ "세 남자 우정? 제 희생 덕이죠"
영화는 세 친구 현태·인철·민수가 불법 도박장 화재사건으로 서로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광수는 부모 없이 혼자 사는 소심하고 여린 역할을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에 자신감을 보였다.
"시나리오와 현장 촬영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글이 탄탄했어요. 시나리오만 봐도 민수와 두 친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죠. 제가 대본을 보고 느꼈던 민수를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시사회 후 평이 좋았지만 관객 반응은 개봉해야 알 거 같아요. 오래된 친구들의 이야기니까 몰입할 수 있을 거에요."
작품은 배우들의 생활 연기로 쏠쏠한 재미를 준다.
"노력한다고 리얼해지는 건 아니죠. 감독도 준비는 철저히 하되 현장에선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 줬어요. 치고 받는 장면도 큰 동선만 정해놓고 했죠."
지성과 주지훈, 이광수는 서슴없이 장난치는 사이가 됐다.
"술을 마시면서 친해졌어요. 주지훈이 친구 역할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고 지성의 경우 '런닝맨'에 두 번 출연했죠. 그래도 배우로 만나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정말 편하게 대해줬어요. 주지훈이 분위기 낼 때 저를 많이 이용했죠. (웃음) 제 희생이 없었으면 좋은 분위기가 나지 않았을 겁니다."
◆ "예능 이미지 신경 안 써요"
이광수는 데뷔 6년 차다. '런닝맨' 초창기 멤버로 4년 째 활약 중이다. 연기 인생의 반 이상을 예능과 함께 한 그는 '기린' '배신의 아이콘'으로 연령을 아우르며 사랑 받고 있다.
"'런닝맨'은 가족이죠. 이번에도 영화 촬영 중인데 전화가 와서 받으면 '촬영중인데 어떻게 받아? 분량 별로 없구나?'라고 계속 놀렸죠. 멤버들이 많이 편해져 예능감이 있어 보이게 나오는 거 같아요."
그는 "섭외가 들어왔다"며 "작가와 처음 만나 즐겁게 이야기 했는데 그게 면접이었다"고 캐스팅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약체였던 지석진이 얼마 전 딱지왕에 등극하며 활약하고 있는 데 대해 "우승을 해도 찝찝하다"며 "나의 경우 우승 시켜달라고 해도 시켜주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MBC 드라마 '동이'(2010)에서 살가운 영달 역으로 출연했다. 지난해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선 품행이 거친 임해를 연기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조인성·공효진과 호흡을 맞춘다. 투렛 증후군을 지닌 긍정적인 성격의 박수광을 연기할 예정이다.
"상담치료센터에 가거나 의사를 직접 만나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어요. 실제 있는 증후군이다 보니 연기하는 게 조심스럽고 그만큼 준비를 잘 해야 진정성이 묻어나죠. 작품을 고를 때는 예능 속 고정된 이미지를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역할이라도 제가 몰입하면 관객도 잘 봐주겠죠. 시나리오를 보고 좋은 작품을 고민하는 자세는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작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