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한국 드라마에 불어닥친 리메이크 열풍이 식을줄 모르고 있다. 원작의 흥행 요소를 등에 업은 리메이크 드라마가 창작 드라마에 비해 쉽게 성공하자 방송사들이 앞 다퉈 리메이크 작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리메이크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원작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고충을 겪기도 한다.
◆ 청출어람…'운명처럼 널 사랑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는 2008년 대만의 인기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원작으로 했다.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장혁과 장나라가 12년 만에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운널사'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운널사'는 평범한 여자 김미영(장나라)이 우연히 당첨된 마카오 호화 리조트 여행에서 만난 재벌가문의 9대 독자 이건(장혁)과의 하룻밤으로 임신하게 된 후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운널사'는 원작의 큰 틀은 비슷하게 따라가되 세부적인 연출은 한국 정서에 맞게 바꿈으로써 재미를 더했다. 특히 김미영과 이건의 하룻밤을 표현한 일명 '떡방아 신'은 미사일·기차 등 각종 사물에 빗대어 그린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작게는 한 개의 장면부터 크게는 캐릭터 기본 설정까지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꾸는 경우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대만 드라마 '패견여왕(2009)'을 리메이크한 tvN '마녀의 연애'는 여주인공의 직업과 사연 등 큰 설정은 유지했지만 극중 나이는 다르게 그려졌다. 대만판과 한국판 모두 여주인공은 약혼자의 갑작스런 파혼으로 사랑과 결혼을 믿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여기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원작의 서른셋이라는 여주인공의 나이가 국내서 '골드미스'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로 변경됐다.
수정대신 복사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방영한 MBC '여왕의 교실'·SBS '수상한 가정부' 등의 작품은 줄거리부터 주요 사건, 캐릭터 대사까지 거의 흡사하게 만들어 '대사만 한국말인 드라마'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흥행 보증 수표'처럼 여겨지는 리메이크 드라마가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원작의 인기와 국내 정서 사이에서 균형잡기가 필요하다.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판 리메이크작 '칸타빌레 로망스(KBS2)'에 캐스팅 된 배우 주원(왼쪽)과 윤아(오른쪽)/라운드테이블
◆ 형만한 아우 없다?…'노다메 칸타빌레'
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이하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2006)'의 한국판 제작 소식이 들려오자 드라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현지는 물론 국내서도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흉내 냈다간 오히려 시청자들의 외면과 비판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녀주인공 치아키와 노다메를 누가 연기할 것인지를 두고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는 일본의 청춘스타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를 각각 주인공 노다메와 치아키에 캐스팅했다. 두 배우 모두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와 뛰어난 코믹 연기로 '노다메 칸타빌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만큼 '노다메 칸타빌레'의 두 주인공의 캐스팅은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앞서 배우 주원이 치아키 역에 출연을 확정지은데 이어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가 노다메 역에 유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드라마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원작에서 노다메는 청결과는 거리가 멀고 식탐만 넘치는 4차원 여대생이지만 음악에 있어선 누구보다 뛰어난 천재성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치아키 역시 음악 천재로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차가운 성격을 지녀 주변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사는 인물이다. 원작 팬들은 윤아와 주원이 두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캐스팅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가 올 가을 원작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