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가창력보다 담백함 담아
"조용히 사색하며 듣기 좋은 음악"
3인조 밴드 어쿠스틱 블랑으로 돌아온 박기영은 다양한 음악적인 도전으로 행복을 찾는 음악쟁이다.
올해 데뷔 15년차인 박기영은 작은 체구지만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작' '마지막 사랑' '블루스카이' '산책' 등의 히트곡을 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스페니시 기타리스트 이준호와 베이시스트 박영신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블랑에서 박기영은 파워보다는 담백함이 묻어났다.
◆ 6년의 기다림
박기영의 음악을 기대하는 대중에게 어쿠스틱 블랑의 첫 번째 미니앨범 '어쿠스틱 블랑 파트원'은 다소 낯설다. 그러나 박기영은 6년 전부터 어쿠스틱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품어왔다.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 1000회 특집에 출연할 당시 과거 히트곡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공개했어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죠. 공연으로만 끝나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아 그동안 사랑받았던 곡을 어쿠스틱으로 재해석해 베스트 앨범까지 발매했어요."
그러나 앨범과 공연, 스페인 산티아고에 다녀와 쓴 책과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어쿠스틱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다.
"저는 '박기영=시작'이라는 틀을 깨고 싶어요. 계속 변하며 발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죠. 물론 시대가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늘 신곡이 기대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때문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웃음)"
◆ 담백해진 앨범
박기영은 이번 앨범에 대해 "MSG없는 앨범"이라고 정의했다.
보컬 박기영과 기타 이준호, 베이스 박영신이 의기투합해 만든 어쿠스틱 블랑의 첫 번째 미니앨범에는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총 7곡이 담겨있다. 이번 앨범은 전자음악이 포함되지 않았다. 기타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젬베와 쉐이크, 우드 등으로 멜로디를 완성했다.
그는 "심플하고 단순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비워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사운드도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며 "타이틀곡 '톡톡톡'은 한번의 연주로 만든 것 같지만 세번의 기타연주를 더빙해 멜로디를 만들었다. 더욱 단단해진 멜로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톡톡톡'은 고독한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톡톡톡'이란 말의 어감이 귀여우면서도 어딘지 슬픈 느낌이 있지만 고된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네 번째 트랙의 '이야기'에도 우리 삶에 대한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나 혼자 조용히 사색을 할 때 들으면 좋다"며 "공감가는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는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섯 번째 앨범에 담긴 '나나'는 어쿠스틱 블랑의 실력파 뮤지션들의 멋진 연주곡을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는 우아한 왈츠풍의 멜로디로 시작돼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기타리스트 이준호는 "요즘 기타나 우쿨렐레 등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음 앨범에는 누구나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담아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 공연장에서 만나고파
밴드 어쿠스틱 블랑은 음악방송보다 공연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길 원했다.
박기영은 "준호 오빠, 영신이와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연하는 밴드를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음반과 라이브 두 가지만 생각했다"며 "8월 홍대 벨로주에서 콘서트를 시작한다. 조그만 공연을 시작으로 조금씩 늘려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음악방송의 시스템도 한몫했다. 이들이 출연할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라디오 방송 정도에 불과하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
그는 "어쿠스틱 블랑의 음악은 공연장에서 들어야 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음악을 할 때 즐겁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