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일인 체리가 바나나를 제치고 여름 과일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롯데마트가 7월(1일~17일) 과일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체리가 수입과일 최강자인 바나나를 제치고 이 부분의 1위에 올랐다. 게다가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의 왕좌 자리까지 넘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7월 '체리'의 매출 신장률은 101.5%로 작년보다 두배가량 증가했다. 수입과일 중 매출 구성비는 41.5%로 절반 수준에 가까웠다. 이는 수입과일 부동의 1위였던 바나나(23.2%)보다도 두 배 가량 많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체리는 전체 과일 순위에서도 지난해 5위에서 올해는 수박에 이어 2위로 순식간에 뛰어 올랐다.
체리의 인기는 전체 과일 매출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롯데마트의 7월 국산과일 매출은 1.7% 감소했지만 수입과일은 25.1% 신장하며 전체 과일 매출대비 전년보다 6% 신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체리의 급부상은 한-미 FTA로 인해 기존 24%의 관세가 사라지고 환율 하락까지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주 요인으로 마트 측은 분석했다. 올해는 풍작으로 생산량도 작년보다 20%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체리(5㎏·상)의 평균 도매가격은 4만8883원이며 작년 6만8373원보다 28.5% 하락했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내 체리 수입량도 폭증했다. 2000년대 초반 200톤에 불과했던 체리 수입량은 지난해 9000톤으로 크게 늘었으며, 이는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5000톤)과 비교해도 1.9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롯데마트의 7월 수입과일 중 체리의 매출 비중 역시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 22.1%였지만 올해는 41.3%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1만톤을 넘는 물량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수박'은 올 7월에 간신히 인기과일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매출이 전년보다 10% 감소하고, 매출 구성비도 작년 30.2%에서 올해는 24.2%로 6% 줄어드는 등 반쪽 영광을 차지하며 여름 대표 과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수박의 부진은 올해 이른 더위로 자두·복숭아가 조기 출하됐고 당도까지 높아 큰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분산돼 상대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경환 롯데마트 수입과일팀장은 "체리가 무관세 및 환율 하락 등의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대중적인 과일로 자리잡고 있다"며 "반짝 인기가 아닌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말복 등 복 시즌에는 수박 수요가 급증해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