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한다고 경찰이 발표했지만 경찰 내부에서 조차 유씨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80% 정도 부패가 진행돼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 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한 경찰은 "수년간 사체를 봐왔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 변사체는 숨진 지 약 6개월 정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유씨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체 발견 당시 키 등 신체적 특성이나 체구 확인 과정에서도 다른 점이 많아 유씨가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
또 발견 당시 변사체는 겨울 외투 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있었다. 시신 옆에는 천 가방 안에 소주 2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유씨가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은 "회장님은 술을 전혀 못하신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구원파 신도 등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어떤 경위로 홀로 아무도 없는 밭에서 죽어갔느냐 하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초동수사 미흡으로 40일 넘게 그림자만 쫓아다니며 수사력을 낭비한 검경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22일 "변사체 주변에 유류품이 다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간과했는데, 그게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이라며 "그때 채취한 유류품을 국과수에 의뢰하는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확인이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변사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도 유씨와의 관련성을 놓치고 단순노숙인의 변사로 판단해 대검에 보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