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초 먹은 국산 온라인게임
'나이트온라인' '뮤' 등 벌써 12세
강력한 커뮤니티·정액제가 배경
국내 온라인게임의 맏형은 넥슨의 '바람의 나라'다. 이 게임은 올해 서비스 18주년을 맞았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형보다 세 살 적은 15세다. 길거리 농구게임 '프리스타일'과 총싸움게임 '서든어택'이 10세다.
제품 수명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그런데 알고보면 장수하는 게임이 곳곳에 있다. 즐비한 수준은 아니지만 '의외의 발견'을 하는 기쁨을 누려보자.
엠게임의 '나이트 온라인' '이터널시티' '열혈강호' 삼총사는 도합 33세다. 각각 서비스 12·11·10년째다.
웹젠의 '뮤'와 'R2'도 중장년층에 속한다. 게이머를 만난 지 각각 12·9년째다.
어린이들이 즐기는 게임도 유저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넥스의 '메이플스토리', 아프리카TV의 '테일즈러너'는 각각 열한살, 아홉살이다.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지 100일도 안돼 사라지는 게임이 적지 않은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이들 작품은 '불로초'를 집어삼킨 것일까.
장수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트 온라인'의 커뮤니티는 '온라인 계'를 방불케 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친밀도가 높아지고 정보를 주고 받으며 친구가 된다.
'메이플스토리'의 커뮤니티는 차라리 공포 수준이다. 초등학교 특정 반이 있다고 하면 거의 모든 학생이 이 클래스의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이곳에서 과제물이나 시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내 이슈를 접한다. 즉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통을 하기 어렵다.
과금 방식의 차이에서도 생명력이 달라진다.
'리니지' '뮤' 'R2'는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는 '정액제'다. 다달이 돈을 내고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를 키우고 아이템을 모으기 때문에 '중도 이탈'이 쉽지 않다.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강아지가 성견이 됐을 때 주인이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고 함께 지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즉 꾸준히 돈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왔기 때문에 이를 단박에 버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수 게임이 되려면 무엇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모바일기기가 득세하면서 온라인게임 수요가 줄고 있다"며 "신작은 물론 장수게임의 운명도 모바일게임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말했다.